잠 못드는 ELS 투자자…글로벌 증시 급락에 손실 '경보'

입력 2023-10-23 16:07   수정 2023-10-23 16:08


파생상품 투자자 A씨는 요즘 마음이 천근만근이다. 신한투자증권이 2021년 2월 발행한 ‘공모 주가연계증권(ELS) 20393호’에 청약했는데 이 상품이 ‘손실(녹인) 구간’에 진입한 뒤 최근에는 회복이 어려운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이 ELS는 홍콩H지수, 코스피200지수, S&P500지수 가운데 하나라도 만기일 값이 설정 당시의 65% 이하면 최대 100%까지 손실이 나는 구조다. 홍콩H지수는 최근 기준가 대비 50%가량 하락해 녹인 지점 한참 아래에 있다. 그는 “만기일까지 4개월도 안 남았는데 이대로라면 원금이 반 토막 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홍콩H지수 고점 대비 50% 하락
글로벌 지수 급락으로 ELS 투자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만기일에 기초자산 값이 설정일 당시의 50~65% 이상이면 약속한 수익을 주는 구조로 설계된다. 그보다 낮으면 낮은 만큼 투자자가 손실을 본다. 문제는 최근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지수 ELS 상품의 상당수가 녹인 구간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홍콩H지수는 지난 20일 5871.71에 마감해 2021년 2월 17일 고점(12,228.63) 대비 51.98% 하락했다. 코스피200지수도 2021년 6월 25일 고점(440.40)부터 이달 20일까지 27.80% 하락해 녹인 구간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수 ELS는 기초자산 값이 낮을 때 매수해야 손실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추가로 큰 폭의 조정을 받을 가능성은 지수가 높을 때보다 낮을 때 비교적 작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의 ELS 발행 동향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행된 ELS는 글로벌 증시가 고점을 찍은 2021년 49조2404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16.2% 늘었다. 2022년 증시가 조정받자 발행 금액은 28조1499억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었고, 올 들어서도 연초부터 이달 19일까지 24조7620억원어치만 발행됐다. 2021년에는 시장금리가 낮았기 때문에 당시 발행된 ELS 수익률이 현재의 예금 금리 정도밖에 안 되는 점도 문제다. 투자자 입장에서 위험(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금리 고공행진이 리스크
증권가에서는 ELS 손실액이 내년 말까지 지속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미상환 잔액이 19일 기준 18조8770억원어치에 달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지수 조정의 방아쇠가 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미국 국채 순매도 포지션 누적이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증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 S&P500지수(-11.93%), 유럽 유로스톡스50지수(-9.99%), 일본 닛케이225지수(-7.39%) 등은 아직 고점 대비 하락폭이 크지 않지만 금리 고공행진이 장기화하면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최근 5%를 넘어선 것도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지금 수준에서 더 오르면 증시가 큰 폭의 추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증권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4분기 중 고용지표가 안정화돼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낮아지고 이에 따라 추가 금리 상승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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