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왜 치마 못입나"…정장의 룰 깬 톰브라운

입력 2023-10-23 18:05   수정 2023-10-24 00:47

상체를 조이는 재킷, 복사뼈가 드러나는 기장, 옷 여밈에 붙은 빨강·하양·파랑 3색 그로그랭(가로무늬 직물)….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바로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다. 미국 컨템퍼러리 패션의 대표주자 ‘톰브라운’이다. 20년 전 미국 패션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슈트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주인공. 톰브라운의 창립자 겸 디자이너 톰 브라운(사진)이 서울을 찾았다.
“한국은 특별한 시장”
지난 20일 서울 세종대로 톰브라운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브라운은 “한국은 특별한 시장”이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존재할 뿐 아니라 한국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했다.

올해는 그가 2003년 뉴욕 웨스트 빌리지에 다섯 가지 정장 슈트로 작은 매장 문을 연 지 20년째다. 한국은 톰브라운이 진출한 40여 개국 가운데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국내 매장 수는 17개로 미국(10개)보다 많다. 2011년 한국에 진출한 뒤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톰브라운의 인지도를 높여준 지드래곤, 방탄소년단(BTS) 등 K팝 스타들의 패션 감각도 최고지만,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일반인의 패션에도 흥미를 느낀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능력이 대단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삼성전자 ‘갤럭시’와의 협업은 그가 한국에 애착을 갖게 한 또 다른 이유다. 429만원짜리 ‘갤럭시 Z폴드5 톰브라운 에디션’은 지난달 출시와 동시에 완판됐다. 총 네 차례에 걸친 협업 모두 대성공을 거뒀다. 그는 “갤럭시와의 협업은 매번 놀라운 경험이었다”며 추가 협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혁신, 시간을 초월하는 가치”
브라운은 ‘룰 브레이커’로 불리길 원한다. 주요 색상을 회색으로 선택한 건 ‘가장 보수적으로 느껴지는 회색으로 가장 진보적인 옷을 만들겠다’는 그의 지론 때문이었다. 정장 반바지, 남성용 정장치마 역시 관습을 깨기 위한 것이다. 그는 “유행과 혁신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무조건 혁신”이라며 “유행은 단기간 큰돈을 벌어주겠지만, 혁신은 시간을 초월하는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컬렉션들은 일각에서 ‘괴상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패션의 본고장 유럽에서 미국 브랜드인 톰브라운을 주목한 원동력이 됐다. 톰브라운은 지난 7월 파리에서 열린 첫 오트쿠튀르 패션쇼에서 골판지로 제작한 2000명의 가짜 군중을 등장시키며 파격적인 데뷔를 했다.

그는 “모든 창의적인 것은 호불호가 갈린다”며 “찬성·반대 양쪽이 모두 나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톰브라운 컬렉션의 목적”이라고 했다. 그의 인생 좌우명은 ‘나답게 사는 것’. 그는 “다음 20년의 목표는 처음 20년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965년생인 브라운은 인디애나주 사립명문대인 노터데임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배우가 되고 싶어 할리우드에 갔다가 패션으로 진로를 바꿨다. 한국 사업은 삼성물산과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다가 지난 7월 직진출을 결정했다. 2011년부터 파트너였던 삼성물산과는 ‘리테일매니지먼트’ 계약을 토대로 협업을 지속하고 있다.

글=하수정/사진=최혁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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