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가는 '크립토 윈터'…블록체인 혁명 기대해도 될까 [한경 코알라]

입력 2023-10-25 10:00   수정 2023-10-2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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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바뀔 줄 알았다
2021년 11월 비트코인이 8000만원을 넘어설 때까지만 하더라도 블록체인이 금방 세상을 바꿀 줄 알았다. 비가역적인 블록체인의 힘으로 누구나 공정하게 보상받는 새로운 경제체제를 만들 줄 알았다. 가상자산이 지폐를 대체해 은행이나 카드사 없이도 누구나 금융서비스의 혜택을 마음껏 누릴 줄 알았다. 공정한 블록체인 투표를 통해 수천만 명이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하고,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부동산과 미술품의 소유권을 공유할 줄 알았다.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도 블록체인으로 대체될 것 같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블록체인이 약속한 새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지난 수년간 블록체인에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자됐다. 오늘도 전 세계의 수많은 개발자와 기획자들은 블록체인의 속도를 높이고 서비스의 UX(사용자 경험)를 개선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매스 어답션(mass adoption·대중 수용)은 아직 요원하다. 누군가는 그 이유를 궁금해하며, 다른 누군가는 "역시 다 사기다"라고 혀를 찬다.

블록체인은 인프라다. 인터넷이 정보의 자유로운 공유가 가능한 통신 인프라이듯, 블록체인은 중개인 없이 자유로운 가치의 전송이 가능한 가치 인프라다. 그리고 블록체인이라는 인프라에는 기존 인터넷과 같은 매력 있는 서비스와 콘텐츠가 아직 부족하다. 일반 사용자들은 굳이 불편하고 어려운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즉, 블록체인은 아직 일반 사용자에게 인터넷 서비스만큼의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가격 등락이 킬러 콘텐츠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가상자산의 가격 등락이 너무나 자극적이고 매력적인 콘텐츠이자 가치제안 그 자체가 돼버린 것이다. 플랫폼이나 프로토콜이 인프라와 서비스와 콘텐츠의 조합으로 어떤 기능이나 혜택을 제공하느냐, 그래서 얼마나 많은 유저가 유입되고 활동하느냐가 플랫폼의 가치가 되고 그것을 가상자산 수량으로 나눈 것이 가상자산의 시장가격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가격의 부침이 워낙 역동적이니 가격 그 자체가 킬러 콘텐츠가 되어버렸다. 플랫폼과 서비스의 유틸리티와 가치 제안은 가상자산 가격의 주요인이 아닌 부수적인 정보로 전락해 버렸다.

가상자산 보유자뿐 아니라 프로젝트 개발자들이나 기획자들도 가격의 단기 급등에 천착하게 됐다. 새로운 기능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기보다는 '대기업과 양해각서(MOU) 체결’, ‘대형거래소 상장’ 같은 호재성 이벤트에 더 집중한다. 이는 프로젝트 인원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가상자산 보유자들도 가격 단기 급등을 일으킬 활동을 프로젝트 팀에게 종용하는 경우가 많다.
왜 아직도 2016년에 머물러 있을까
둘째, 각국의 규제 당국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말한 역동적인 가격 등락은 모든 산업의 초기에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ICO(코인 공개)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2016년에서 7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왜 그 초기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느냐이다.

실질적인 가치를 제안한 블록체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은 자기주권자산(self-sovereign asset)을 실현해서 글로벌 10위권의 자산군(asset class)이 되었다. 이더리움은 ICO라는 혁신적인 투자플랫폼으로 기능했다. (제대로 만든) 디파이(탈중앙화 금융)는 기존 제도권 금융서비스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NFT는 국가나 거대기업의 개입 없이 등기와 증명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다. 스테이블코인은 화폐로 기능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물가안정이 되지 않은 제3세계 국가에서는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금지, 고소, 고발, 그리고 난타
문제는 블록체인의 이러한 가치 제안이 일반인들의 생활에 진입하는 것을 각국의 규제 당국이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2017년에 토큰 발행이 전면 금지됐다. 유수의 대기업들이 자체 블록체인을 개발했지만, 자체 가상자산은 출시하지 못했다. 미국은 이미 수년 전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신청을 받았지만, 아직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증권성 '시비'도 그 연장선에 있는데, 미국에서 정식으로 법인을 내고 토큰을 판매한 프로젝트들이 '리플 소송'으로 통칭하는 증권성 시비에 걸려 수년간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올해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증권성에 대한 "임의적이고 변덕스러운" 기준을 내세우며 거래소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난사' 해댔다. 미국 상품거래위원회(CFTC)는 디파이 서비스를 표적으로 삼아 소송을 걸기 시작했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페이스북(현 메타)의 리브라 프로젝트를 난타하던 청문회에서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탈중앙화 네트워크에서는 자산과 기록에 대한 소유권과 주권을 개인이 스스로 행사할 수 있다. 이는 국가의 사법 체계로도 강제할 수 없기에 블록체인의 잠재력과 파괴력은 막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각국 정부도 최선을 다해서 이 산업이 유아기를 벗어나는 것을 막아 왔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어버린 블록체인은 국가도 마음대로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겨울이 지나고 시대는 변화한다
2023년 10월 비트코인의 네 번째 반감기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임박했고, 비트코인 가격은 연고점을 돌파했다. 길었던 크립토 윈터(암호화폐 투자 침체기)가 끝나간다고 많은 이들이 예상한다. 이전과 다른 점은, 유럽의 미카(MiCA) 통과, 일본의 Web3.0 백서 채택, 중국의 정책 전환 등 각국 정부가 가상자산을 대하는 자세가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제도권은 블록체인의 가치를 부정(denial)했고, 블록체인의 존재에 분노(anger)했고, 이제 블록체인과 타협(bargaining)을 시도하고 있다. 가상자산 때리기에 앞장서던 개리 겐슬러 SEC 의장은 자신의 상황을 “개인적인 베트남(personal Vietnam)”이라 부르며 우울(depression)해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수용(acceptance)뿐이다.

블록체인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서비스와 콘텐츠를 선보이며 그간 약속한 혁명을 보여 주기를,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공정하게 보상받고 자유롭게 가치를 공유하는 네트워크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스며들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미래는 머지않았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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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빗 리서치센터 설립 멤버이자 연구위원이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건과 개념을 쉽게 풀어 알리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전략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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