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없으면 불법인데…'무인 헬스장' 급증

입력 2023-10-25 18:24   수정 2023-11-02 16:20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는 생활체육지도사(트레이너)가 상주하지 않는 불법 무인 헬스장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인건비를 아끼고 비용을 낮춰 더 많은 회원을 받으려는 목적에서다. 회원들이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만큼 단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무인 헬스장
25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전국 체력단련장(헬스장) 수는 지난 9월 말 1만4207개로 2022년 12월 말 1만2824개 대비 10.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 7837개에 비해선 81.2% 늘었다.

헬스장 내 직원이 한 명도 없는 무인 헬스장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부산의 H헬스장은 프랜차이즈 형태로 최근 수십 개 지점을 냈다. 동래구에 있는 이 헬스장은 한 시간 이용권이 6000원이었다. 인근 헬스장에선 하루 2만원 안팎의 이용료를 받는 것을 감안하면 50% 이상 저렴하다.

그러나 무인 헬스장 운영은 모두 불법이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헬스장 시설에는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체육지도자가 있어야 한다. 헬스장의 운동 전용면적이 300㎡ 이하일 경우 한 명 이상, 300㎡를 초과하면 두 명 이상 배치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영업시간에 지도자가 배치되지 않은 무인 헬스장은 모두 과태료와 행정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 높이려 안전 버려”
무인 헬스장이 증가하는 이유는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코로나19 기간 많은 헬스장이 폐점했지만 그 이상으로 신규 헬스장이 생겨났다. 서울 마포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문모 대표는 “우리 동네에만 헬스장이 두 배 가까이 늘어 출혈경쟁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좀비’처럼 버티며 근근이 영업하는 헬스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헬스장들은 인건비를 줄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무인 헬스장은 트레이너뿐 아니라 사무직원도 두지 않고 키오스크(KIOSK)로 대체한다. 서울 노고산동 B헬스장 트레이너 김모씨(36)는 “헬스업계는 인건비가 전체 운영 비용의 60~70%를 차지한다”며 “지방자치단체에서 단속이 나오지 않는 한 무인 헬스 시스템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사고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스포츠재단의 ‘스포츠안전사고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디빌딩을 하는 국민 중 73.7%는 부상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스포츠의 평균 부상 경험 비율 64.3%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논현동 S헬스장 트레이너 이모씨(32)는 “기구에 깔리는 등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발생한다”며 “트레이너가 없다면 큰 사고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17년엔 경남 거제에 있는 한 헬스장에서 운동하던 60대 남성이 90㎏ 바벨에 짓눌려 질식사하기도 했다.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장은 “헬스는 다른 운동에 비해 비교적 고중량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 사고 시 크게 다칠 가능성이 높다”며 “안전 대비를 할 수 있는 트레이너가 상시 배치될 수 있도록 무인 업장에 대한 행정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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