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소리 없는 전기차, 경쟁 소리는 치열

입력 2023-10-26 13:05   수정 2023-10-26 13:12


 -국내 판매 감소? 글로벌은 늘어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다는 보도가 쏟아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까지 국내 등록 전기차는 11만7,611대로 지난해 대비 1.9% 줄었다. 제조사 출고 현황을 봐도 감소세는 뚜렷하다. 현대차에 따르면 아이오닉5는 지난 10월 2,876대가 출고됐는데 지난해와 비교하면 64% 하락이다. 잘 나가던 1톤 소형 전기 화물차 인기도 시들하다. 동시에 해외 소식도 비슷하다. GM의 전기차 생산 계획이 일부 연기되고 포드 또한 물량 조절에 나선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두고 전기차가 꺾였다는 해석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글로벌에 등록된 전기차는 737만대로 지난해 대비 41.2% 상승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에서 40.8%가 늘었고 유럽은 29.8%가 증가했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지역 내 전기차는 66.6%가 상승했다. 한 마디로 미국과 한국 내 전기차 판매가 일시적으로 주춤했다고 전기차 부진을 논하는 것은 다소 비좁은 해석이다. 

 내연기관이 전기차로 대체되는 것은 일종의 전환이다. 그리고 전환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전기차 업계는 전기차의 상승을 점진적으로 준비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에서 전기차 붐이 일면서 수요가 폭증했다. 보조금과 새로 등장한 제품의 신차 효과가 겹쳐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보조금 액수가 많은 1톤 화물 전기차가 많이 늘었다. 반면 충전 인프라 확대 속도는 빠르지 않아 충전 경쟁이 일어났고 여기저기서 전기차의 불편함이 집중 부각됐다. 따라서 올해 잠시 주춤한 것은 지난해 수요가 폭증해 나타난 기저효과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여전히 전기차 확산을 대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일본은 미국 및 유럽과 공동으로 전기차와 반도체 보조금의 공동 기준 설정을 계획하는 중이며 재규어랜드로버는 영국에 EV 시험 시설을 개설했다. 멕시코는 테슬라의 공장 건설을 기대하며 적극 구애 중이고 혼다와 GM은 2026년 일본에서 무인 전동화 이동 수단 투입을 논의하고 있다. 스즈키는 캐나다 EV용 변속기 스타트업에 출자를 계획했고 테슬라는 미국 정부에 내연기관 효율 규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토요타와 일본의 석유기업 이데미츠코산은 전고체 배터리 협업을 발표했으며 중국 지리그룹과 말레이시아 프로톤은 태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을 검토한다. 이외 수소에 대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즈스와 혼다는 수소연료전지 트럭을 준비하고 미국은 수소 생산에 7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각 나라의 전기차 보급 정책도 활발하다. 스웨덴은 2025년부터 내연기관의 도심 진입을 금지하기로 했고 영국은 내년부터 모든 제조 및 수입사에게 전체 판매의 20%를 무공해차로 채우도록 강제했다. 독일 또한 주유소 내 충전기 의무 설치를 내놓으며 9억 유로의 보조금을 배정했다.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기보다 이용 편의성을 확대하는 쪽에 세금을 투입하겠다는 방안이다. 따라서 국내만 보고 전기차 확산의 긍정과 부정을 판단하는 것은 제한된 시각이다.  

 중요한 것은 전기차가 내연기관을 어느 정도까지 대체할 것인가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30년 연간 3,110만대로 예상된다. 연간 글로벌 자동차 판매의 32% 비중이다. 이 가운데 PHEV를 제외한 BEV는 2030년 2,530만대가 전망됐다. HEV를 포함한 내연기관은 2025년까지 상승 곡선을 그리지만 이후 점유율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 물론 딜로이트의 분석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보고서의 결론을 종합해도 BEV의 확산은 막을 수 없다. 그래서 미국 내 내연기관 산업이 전환에 저항하면 오히려 주도권을 유럽이나 중국에 내줄 수밖에 없다. 전기차는 현 시점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다. 동일한 내연기관만 가지고 얘기할 때는 미국의 거대 시장이 산업을 이끌지만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전기차로 갈 때 미국만 내연기관에 머문다면 이때는 미국이 자동차산업을 주도할 수가 없다. 

 실제 1900년 미국의 자동차 생산은 4,192대로 알려져 있다. 연료별로 구분하면 증기차가 1,681대로 40.1%를 차지했고 내연기관차는 936대로 1,575대인 전기차보다 적었다. 이외 대부분의 운송 수단은 마차가 차지했다. 그런데 1903년 포드의 등장으로 내연기관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1908년부터 1927년까지 포드 모델T는 무려 1,500만대가 판매됐다. 이때 모델T가 밀어낸 것은 전기차와 증기기관 뿐 아니라 마차였다. 강력했던 마차산업의 저항을 누르고 내연기관을 확산시킨 덕분에 미국은 내연기관 산업에 있어 주도 국가로 100년 이상 지위를 누려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동 수단의 에너지를 기름에서 전기로 바꾸려는 움직임은 당시 마차와 내연기관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저항하는 내연기관과 달리 빠르게 전환하려는 전기동력의 경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기차로 전환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다만 속도는 각 나라마다 정책에 따라 조절될 수 있다. 이런 속도 조절을 전기차의 부정적 전망으로 연결하는 것 자체가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는 뜻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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