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지론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반영해 ‘이사회 중심 책임 경영’을 넘어 사외이사의 위상·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시행해왔다. 2018년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이 대표적인 사례다.
선임 사외이사 제도 도입은 JY표 ‘투명 경영 철학’의 화룡점정으로 평가된다. 이사회 의장을 외부에 개방하는 게 불가능한 경우에도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선 삼성의 이사회 경영 강화를 위한 노력이 국내 기업 전반에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전격 도입한 선임 사외이사제는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에 맞먹는 강력한 경영진 견제 장치로 평가된다. 선임 사외이사는 경영진에게 주요 현안 관련 보고를 요청하고 ‘사외이사 회의’를 소집할 권한을 갖게 된다.
삼성의 선임 사외이사제 도입은 이 회장의 의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투명 경영’을 통해 외부의 조언을 듣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이다. 1년 전 회장 취임 때도 상법상 의무가 아닌 이사회 승인을 받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 주요 계열사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글로벌 표준’을 준수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에선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은 비율이 2022년 기준 36%고, 68%의 기업이 선임 사외이사제를 도입하고 있다. 예컨대 애플은 스티브 잡스 사후 선임 사외이사인 아서 레빈슨이 중심이 돼 이사회를 이끌면서 후임 최고경영자(CEO)로 팀 쿡을 선임했다. 쿡 CEO 역시 나이키의 선임 사외이사 겸 보수위원회 위원장이다.
산업계에선 삼성의 선임 사외이사제 도입이 국내 기업들에 새로운 기준·모범사례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법적 의무와 상관없이 내부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는 것을 시스템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 선임 사외이사제
사외이사회를 소집·주재하고 경영진에게 주요 현안 관련 보고를 요구할 수 있는 ‘선임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두는 제도. 대표이사나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기업에서 사외이사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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