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기서 이런 제품을…" 67년 역사 日 회사의 '파격 변신'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3-11-02 07:05   수정 2023-11-02 07:19



강소기업으론 안된다…첨단강소기업으로 ②에서 계속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의 저가공세에 맞서 일본 후쿠이현의 안경과 섬유기업들은 의료·바이오, 우주·항공 분야로 진출했다.

일본 최대 안경테 메이커인 샤루만은 2012년 외과수술용 의료기구 분야에 진출했다. 기존의 수술기구는 금속의 판재를 잘라서 만드는 일체형이 대부분이었다. 손잡이 부분까지 칼날과 같은 금속 소재로 만들다보니 집도의의 피로도가 컸다.



샤루만이 개발한 외과수술용 가위는 칼날 부분은 고강도 특수강, 몸통은 스텐레스강, 손잡이는 순수 티탄, 접합부는 티탄합금을 사용했다. 4개의 소재를 한 덩어리로 만들면서 날카롭게 잘리는 맛과 손에 딱 들어맞는 착용감을 모두 갖춰야 했다. 다양한 금속소재를 조합하는 안경테 제조기술이 없었더라면 탄생이 불가능한 제품이었다.

샤루만은 1956년 안경의 금속 부품을 만드는 하청공장으로 창업했다. 안경테의 주류가 셀룰로이드에서 금속으로 변한 덕분에 안경테 제조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샤루만이 의료기기에 진출한 계기는 2009년 일본 백내장 수술의 1인자 시미즈 기미야(?水公也) 기타사토대 교수의 의뢰를 받으면서였다. 시미즈 교수는 "사용하기 어려운 스텐레스제 핀셋 대신 가볍고 강한 티탄으로 수술용 의료기구를 만들어 줄 수 없겠느냐"고 주문했다.

그는 사바에 출신이다. 일본 안경테의 90%를 생산하는 사바에시 안경테 제조업체들의 금속 가공 기술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인연이었다. 샤루만 역시 수술용 의료기구 사업의 성공에 힘입어 핸드폰 케이스와 텀블러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이 지역 섬유회사인 신도(SHINDO)와 미쓰야(ミツヤ)가 우주·항공 산업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고도의 섬유 가공 기술을 가진 덕분이었다.

두 회사는 탄소섬유 다발을 얇고 균일하게 펼치는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개발해 항공기 엔진용 부품에 활용하고 있다. 미쓰야가 일본의 중공업 대기업인 IHI그룹과 공동 개발한 엔진 부품용 시트는 에어버스의 소형기종 'A320neo'에 납품한다.



후쿠이현 강소기업이 첨단 강소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데는 후쿠이현청의 지원을 빼놓을 수 없다. 후쿠이현은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의 저가 섬유제품 공세가 거세지던 1987년부터 후쿠이현공업기술센터를 통해 탄소 섬유 복합재료 연구에 착수했다. 우주·항공산업이 탄소섬유의 복합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를 놓치지 않았다.



당시에도 탄소섬유를 짜거나 뜨는 가공기술은 있었다. 하지만 섬유(실)를 다루기가 어려운게 문제였다. 후쿠이현공업기술센터는 이 지역에 흔한 방직기로도 탄소섬유를 가공할 수 있는 '가이센(開?)'이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술센터 관계자는 "실 가공에 정통한 후쿠이 지역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후쿠이현공업기술센터는 1996년 '가이센' 기술의 기본특허 출원을 시작으로 국제특허까지 취득했다. 제조법과 제조장치 등 주변 기술로도 하나둘씩 특허 분야를 넓혀갔다.

후쿠이현은 이 지역 기업에 대해서는 특허 사용료를 파격적으로 싸게 책정했다. 현 외부 기업이 특허를 사용하려면 현내 기업과 합작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해 지역 중소기업들이 기술 개발과 사업화의 성과를 공유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후쿠이현은 탄소섬유복합재료의 성공사례를 다른 분야로도 확대하고 있다. 이 지역 최대 섬유 기업인 세이렌은 화학 대기업 DIC와 공동으로 자동차 차체용 탄소섬유시트 제조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기능성 섬유 개발의 범위를 넓혀 나감으로써 후쿠이현은 이 지역을 섬유 산업의 본고장에서 첨단 섬유 관련 산업의 산지로 변신시켜 나갈 계획이다.



2015년 6월에는 후쿠이현과 이 지역 기업, 대학 등이 공동으로 '후쿠이오픈이노베이션추진기구'를 설립해 안경 산업을 의료기기 산업으로 진화시키는 지원을 하고 있다.

의료·헬스케어, 항공·우주산업에서 정보기술(IT) 산업과의 결합이 중시됨에 따라 후쿠이현과 사바에시는 IT기업을 유치하는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2014년부터 토지와 건물 임차료와 사무기기 취득 경비 등을 보조하는 제도를 실시해 이 지역의 기업들과 협업을 유도하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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