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기술발전에…하나둘 멈춰서는 자율주행차

입력 2023-11-06 18:19   수정 2023-11-14 17:04


“크루즈의 무인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는 대중에게 위험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차량관리국(DMV)은 지난달 24일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에 무인 택시 영업 정지를 내리면서 이렇게 공언했다. “크루즈가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고도 했다. 올 8월 세계 최초로 크루즈와 구글 웨이모 양사에 로보택시의 24시간 유료 운행을 허가한 지 석 달 만이다.
미·일에서 자율주행 사고 잇따라
크루즈 로보택시는 운행 시작 후 잇따라 사고를 냈다. 환자를 태운 응급차를 가로막는가 하면 긴급 출동하던 소방차와 충돌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사고를 당한 보행자가 로보택시 밑에 깔리는 일까지 발생했다. 크루즈는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을 찾겠다”며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텍사스, 애리조나 등 미국 다른 지역에서 운행 중이던 무인 택시 400여 대를 모두 철수하고 일시 영업 중단을 선언했다.

일본에서도 5월 무인 자율주행 차량에 허가를 내줬던 후쿠이현 에이헤이지 마을에서 해당 차가 접촉사고를 내면서 당국이 최근 운행 중단을 결정했다. 브라이언트 워커 스미스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크루즈의 퇴출은 자율주행 기술 자체의 내러티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업계 전체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소비자 불신에 비용도 눈덩이
당초 기대와 달리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의 개막은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2020년 이전만 해도 완성차 업체는 물론 수많은 빅테크와 스타트업은 “자율주행 상용화가 곧 이뤄진다”고 장담했다. 테슬라와 애플, 구글, 바이두, GM, 현대자동차 등은 대규모 투자를 불사하며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힘써왔다.

하지만 상용화는 여전히 요원하다. 앞서 폭스바겐과 포드, 현대차 등은 2021~2022년이면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양산차가 나올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껏 출시하지 못했다. 레벨3는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도 차량이 스스로 운전하는 단계다. 벤츠와 혼다가 레벨3 차량을 판매하곤 있지만 시속 60㎞가 상한이다. 업계는 기술·제도적 장벽이 훨씬 높은 양산차 대신 레벨4(비상시에도 시스템이 대응) 기술을 적용한 로보택시가 자율주행 시장의 돌파구가 돼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크루즈의 퇴출로 또 한 번 제동이 걸렸다.

소비자 불신, 법·제도적 인프라 부족에 이어 완성차 업체의 재정적 손실도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만만찮은 부담이다. GM은 작년 한 해 크루즈에 분기당 7630억원을 지출했다. 1년 전보다 42%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할 텐데 여력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모셔널, 로보택시 서비스 ‘일단 준비’
잇단 몸살에도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상용화가 ‘멀어도 결국 가야 할 길’이라고 말한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레벨4 이상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가 예상되는 2030년께 시장 규모가 7조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의 합작사 모셔널은 올해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예정대로 시작할 계획이다. 케빈 클라크 앱티브 CEO는 “현재 시장 상황에 유의하며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보택시 전문기업 소네트의 손준우 의장은 “자율주행 레벨4 구현을 위해 기술적으로는 준비가 많이 됐다”며 “국내에서도 일관되고 뚜렷한 정책 지원이 이뤄지면 서비스 상용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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