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L중앙, IPO 주관사 선정 임박…그룹 체질개선 '분수령'

입력 2023-11-09 07:41  

이 기사는 11월 09일 07:4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제작사 SLL중앙이 기업공개(IPO) 작업에 착수했다. 방송·영화 등 기존 중앙그룹 주력 계열사가 영업실적 부침을 겪는 가운데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콘텐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진 곳로 평가되지만 아직 수익성이 증명되지 않았단 과제가 남았다. 이에 주관사 경쟁은 기업가치 자체보단 그 근거와 '에쿼티 스토리'(상장 청사진)의 설득력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중앙그룹 신성장동력 ‘콘텐츠’ 선봉장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LL중앙은 이번 주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한다. 지난 9월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받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PT에 참여할 예정이다.

그동안 SLL중앙이 회사채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때 파트너 역할을 했던 증권사를 위주로 IPO 주관사 후보군을 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이달 주관사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SLL중앙은 중앙그룹 지주사인 중앙홀딩스의 손자회사다. 중앙그룹 중간지주사인 콘텐트리중앙이 SLL중앙 지분 53.82%를 보유하고 있다. 홍정도 부회장, JTBC, 중앙홀딩스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하면 지분율은 63.64%다.

이 회사는 1999년 뉴스 제작사 사이버 중앙(조인스닷컴)으로 시작해 2014년 드라마하우스앤드제이콘텐츠허브를 흡수합병하며 드라마 제작사로 거듭났다. 이후 2020년 제이콘텐트리스튜디오를 흡수합병한 뒤 JTBC콘텐츠허브→JTBC스튜디오→스튜디오룰루랄라중앙→SLL중앙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중앙그룹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그룹 차원에서 신성장동력으로 콘텐츠 사업을 점찍고 SLL중앙의 외형 확대에 전폭적 지원을 하고 있다. 최근 JBTC 등 주력 계열사가 자본잠식을 탈피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군살 빼기'에 나선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홍석현 중앙그룹 회장의 장남인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가운데 차남인 홍정인 콘텐트리중앙 대표 겸 메가박스 대표가 직접 콘텐츠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중앙그룹이 뉴스 등 기존 방송·언론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신사업 육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체질 개선을 꾀하는 과정에서 이번 SLL중앙 IPO가 일종의 분기점이 될 것이란 평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SLL중앙은 2021년을 전후로 퍼펙트스톰필름, 바에이엔터테인먼트, 클라이맥스스튜디오, 미국 윕(Wiip) 등 다수의 제작사에 지분 투자해 레이블 체제를 구축했다. 현재 산하에 15개에 달하는 레이블이 영화,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레이블 체제에서 드라마 ‘부부의 세계’, ‘이태원 클라쓰’, ‘재벌집 막내아들’, ‘나의 해방일지’를 비롯해 영화 ‘범죄도시’, OTT 콘텐츠 ‘지금 우리 학교는’, ‘D.P’, ‘수리남’ 등 다수의 히트작을 만들었다.

방송사 JTBC는 작년 말 보유하고 있던 예능 및 드라마 IP(지식재산권) 대부분을 SLL중앙에 433억원에 양도했다. 부가가치 수익을 낼 수 있는 원천 자원을 넘긴 셈이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지난 5월 SLL중앙 설립 4주년을 맞아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SLL중앙의 궁극적인 목표로 '한국의 디즈니'를 언급했다. 방송국 중심의 콘텐츠 제작 환경을 벗어나 방송국은 물론 OTT 등 다양한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해 주도권을 쥐겠단 목표다.


기업가치 하한선 ‘1조2000억원’?
SLL중앙은 지난 2021년 프리 IPO 투자 단계에서 400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프랙시스캐피탈이 3000억원, 텐센트 자회사인 에이스빌이 100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SLL중앙의 기업가치는 약 1조2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이번 PT에 참여하는 주관사 사이에선 프리IPO 당시 기업가치가 사실상 하한선으로 여겨지고 있다. 역대급 유동성 장세 속에 플랫폼 및 콘텐츠 기업 등 유망 업종에 대한 투자가 활발했던 2021년과 현재 시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재무적투자자의 존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문제는 아직 SLL중앙 실적이 본궤도에 오르지 않았단 점이다. SLL중앙은 작년 별도 기준으로 매출 3126억원, 영업손실 87억원을 올리며 적자 전환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이익 27억원, 3분기 영업이익 172억원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조단위 기업가치를 노리는 기업의 실적으론 부족한 수준이다.

상장 절차까진 다소 시간이 남아있단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요인이다. SLL중앙이 투자 유치 당시 재무적투자자에 약속한 IPO 기한은 2024년이지만 협의를 통해 다소 시간을 늦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적투자자와 약속뿐 아니라 SLL중앙의 영업 확장을 위한 '실탄'도 필요하다. 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급자족이 필요한 시기다.

SLL중앙은 올해만 8차례 회사채를 발행해 총 1950억원을 조달했다. 2020년 350억원, 2021년 680억원, 2022년 450억원에서 차입금 규모가 커졌다.

2021년 프리IPO 투자 유치로 50.8%로 낮아졌던 부채비율은 지난 6월말 기준 83.0%로 높아졌다. 아직 재무건전성에 큰 문제는 없지만, 향후 지속적인 투자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할 필요성이 크다는 평가다.

콘텐츠 제작사의 경우 작품 하나의 흥행 여부에 현금흐름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넉넉한 유동성을 보유할 필요도 있다.

이에 단일 작품의 흥행 성적에 흔들리지 않도록 복수의 콘텐츠 라인업을 촘촘하게 만들 수 있는 제작·배급 역량 강화 방안, 단일 IP에서 안정적인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수익 다각화 방안 등이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주로 논의될 예정이다.

대형 증권사 IPO 본부장은 “지금 당장 1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서둘러 IPO를 진행하지 않을 예정인 만큼 그 기간에 기업가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성장 로드맵을 얼마나 정교하게 만드는지가 주관 경쟁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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