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옥시 '가습기살균제' 배상책임 인정…"500만원 지급하라"

입력 2023-11-09 11:30   수정 2023-11-09 11:38


가습기살균제 사용자가 제조·판매회사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 가운데 처음으로 열린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사용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질병관리청의 피해 조사 결과에 상관없이 사용자의 인과관계 증명에 따라 배상 책임도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A씨가 옥시레킷벤키저와 한빛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상고심에서 피고들의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고들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에 설계상의 결함과 표시상의 결함이 있고, 원고는 그 결함으로 인해 폐가 손상되는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07년 1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옥시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 그는 2013년 5월 간질성 폐 질환 등을 진단받고 이후 지속적으로 입원과 통원 치료를 받았다.

질병관리청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 여부 판정을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2014년 3월 A씨에 대해 ‘가능성 낮음’(3단계) 판정을 내렸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말단기관지 부위 중심 폐 질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A씨는 2015년 2월 "가습기살균제에 설계 및 표시에 결함이 있고 그로 인해 신체에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피고들을 상대로 제조물책임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A씨는 구제급여 지원 대상자로 인정됐고, 2018년 5월부터 매달 구제급여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일부 인용해 피고 회사들에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와 피고 모두 패소 부분에 대해 상고했다.

대법원은 양측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제조물책임에서의 인과관계 추정, 비특이성 질환의 인과관계 증명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위자료가 적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서는 "법원은 여러 사정을 참작해 재량에 의해 위자료 액수를 확정할 수 있다"며 "기록을 살펴보면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가습기살균제 사용자가 제조·판매업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민사소송 가운데 첫번째 상고심 판결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원고가 '가능성 낮음'(3단계) 판정을 받은 조사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 질환 가능성을 판정한 것일 뿐"이라며 "손해배상 소송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그로 인한 질환의 발생·악화에 관한 인과관계 유무 판단은 사용자의 구체적인 증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로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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