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 갈등’ 피할 수 없다면 이렇게 해결하자 [차연수의 이로운 노동법]

입력 2023-11-10 15:31   수정 2023-11-10 15:32



어느 시골 마을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평소 가까운 이웃인 남진이 아버지와 성남이 아버지가 논밭에서 서로 고함을 지르며 싸우고 있는 모습에 농사일하던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상황은 이렇다. 성만이 아버지는 시장에 팔 감자를 경운기에 싣고 논길을 지나가야 하는데 그 길 위에 남진이 아버지가 논에 물을 대려고 끌어온 호스가 놓여 있던 것이다. 남진이 아버지는 경운기가 호스를 밟고 지나가면 호스가 망가져 논에 물을 댈 수 없으니 경운기로 호스 위를 지나가지 말라고 주장한다. 반면 성만이 아버지는 시장에서 팔 물건을 운반하려면 경운기로 이 길을 지나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위 갈등상황은 영화 ‘선생 김봉두’에 나온 에피소드다. 우리는 일상에서 종종 갈등을 경험한다. 때로는 갈등의 당사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갈등의 중재자가 되기도 한다. 남진이 아버지와 성남이 아버지의 갈등에서 중재자는 영화의 주인공, 김봉두 선생님(차승원)이었다. 김봉두는 호스를 땅에 묻는 방법으로 이 갈등을 해결한다. 간단하지만 갈등의 본질을 꿰뚫은 해결책으로 성만이 아버지와 남진이 아버지 모두를 만족시키고 마을의 평화를 지켰다.

갈등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당사자들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구분해야 한다. 입장은 겉으로 드러나는 주장이자 요구인 반면 이해관계는 주장의 이유, 즉 욕구이다. 위 에피소드에서 당사자들의 입장은 경운기로 (호스가 놓인) 길 위를 지나가야 한다/지나가면 안된다로 명확히 드러난다. 한편, 이들 각자의 이해관계는 입장과 사뭇 다르다. 남진이 아버지의 이해관계(욕구)는 ‘논에 물을 대는 것’으로, 성만이 아버지의 이해관계(욕구)는 ‘시장에 팔 물건을 운반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세계적인 협상 전문가인 로저 피셔(Roger Fisher)와 윌리엄 유리(William Ury)는 하버드대 협상 프로젝트 「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에서 갈등해결을 위한 네 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①사람과 문제를 분리하라. ②입장이 아닌 이해관계에 집중하라. ③상호 이익이 되는 다양한 옵션을 개발하라. ④객관적 기준에 근거한 결과를 주장하라. 책의 저자는 문제는 강경하게, 사람은 부드럽게 대하라고 말한다. 상반된 입장 뒤에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뿐 아니라 양립할 수 있는 이해관계도 존재한다. 따라서 상대의 이해관계에 공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해관계에 집중할 때 우리는 비로소 상대방을 갈등해결의 협력자로 바라볼 수 있다. 남진이 아버지와 성남이 아버지의 갈등사례에서도 호스를 땅에 묻는 방법 외 공동의 이해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개발할 수 있다. 호스에 케이블의 씌우는 것, 호스 대신 스프링쿨러를 설치하는 것, 논에 물 대는 요일·시간과 시장에 가는 요일·시간을 정하는 것 등 방법은 여러 가지다. 단 하나의 최선책을 찾기보다 강도가 서로 다른 대안들을 찾아 옵션의 폭을 넓히는 것이 갈등관리의 주요한 전략이 된다.

인사노무관리 측면에서도 갈등관리와 협상은 중요하다. 조직 내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노사갈등, 노노갈등, 직장 내 괴롭힘 등 여러 가지 갈등상황은 언제나 사람 관계와 문제가 얽혀 있다. 물론 법과 제도 등 객관적 기준에 근거한 결과를 주장하는 것은 갈등해결 전략에서 중요한 일부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법은 옳고 그름을,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터는 법과 제도의 영역뿐 아니라 법이 답이 내릴 수 없는 관계의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

뛰어난 협상가(갈등조정가)는 무엇보다 갈등상황이 마무리되었을 때 모두가 긍정적인 경험을 가지고 떠날 수 있게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크고 작은 갈등은 피할 수 없지만, 갈등이 발생했다면 상대방을 적이 아닌 협력자로 바라보면서 위 네 가지 전략을 곱씹어보자. 인식의 전환은 갈등상황을 효율적이고 우호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고 상대방과의 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할 것이다.

차연수 님은 스타트업 인턴, 해외 주재원, 5년 차 직장인을 지나 돌연 퇴사 후 공인노무사 시험에 동차 합격한 뒤 현재 제이에스인사노무컨설팅 파트너 공인노무사로 활동 중이다. 사업주 자문, 인사컨설팅, 교육·강의, 노동분쟁 사건,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사건·조사, 단체교섭 컨설팅 등 다양한 인사노무 분야를 아우른다. 우리의 일터는 법률적 영역뿐 아니라 법이 답을 내릴 수 없는 관계의 영역이 존재하기에 결국은 사람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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