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테마상가 10분의 1 가격?…"덜컥 낙찰 받다간 낭패"

입력 2023-11-12 17:11   수정 2023-11-20 17:25


서울 광진구·구로구 등의 테크노마트 상가는 경매 초보자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여러 차례 유찰되면서 최저 입찰가가 감정가의 10분의 1 가격으로 내려간 물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20·30대 등 종잣돈이 부족한 젊은 층은 1000만원 미만의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 보니 고민 없이 덜컥 낙찰받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테크노마트와 같은 테마상가야말로 초보자가 주의해야 할 투자처라고 입을 모은다. 연체된 관리비가 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을 확인하고 뒤늦게 입찰을 포기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상가의 업종 제한도 고려해야 한다.
한때 웃돈…지금은 경매 단골손님
상가는 크게 근린상가, 단지 내 상가, 주상복합상가, 집합 상가, 지식산업센터 내 지원시설 상가 등으로 나뉜다. 이 중 테마상가는 집합 상가에 속한다. 집합 상가는 점포당 전용 6~30㎡ 정도로 구성되는 게 일반적이다. 따로 칸막이 없이 나뉘어 있어 ‘구분상가’라고도 한다.

테마상가는 이 중에서도 특정 업종이 몰려 있는 상가다. 테크노마트를 포함해 동대문 의류 쇼핑몰, 제기동 한방상가 등이 대표적이다. 테마상가는 2000년대 초반엔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될 정도로 인기였지만, 상권이 쇠락하면서 경매 단골손님이 됐다.

테마상가를 매수하기 전 꼭 확인할 게 ‘업종 제한’이다. 이는 일반 상가를 분양받거나 임대할 때도 주의해야 할 점이다. 업종 제한은 동일 상권에 동종 업종이 입점하는 것을 제한해 업주의 영업권을 보장하고 과도한 경쟁과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 시작한 것이지만, 업종 구분이 불명확해 점포 간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체로 최초 공급 단계부터 분양 계약조건에 업종 제한이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 전자기기 판매업, 의류 판매업 등 테마 상가는 업종 제한이 명확하다. 테마 상가 내에서도 층수에 따라 제한 업종이 다르다. 식당 층은 임차할 수 있는 메뉴(커피, 중식, 일식, 분식 등)를 적시한 뒤 중복 업종을 금지한다.

분양 계약 이후 시간이 흐르면 상가 관리단이 업종 제한을 새롭게 설정하거나 변경할 수도 있다. 상가 수분양자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3조 1항’에 따라 관리단을 구성한다. 이 관리단이 규약을 통해 업종 제한 관련 규칙을 바꾸는 것이다.

물론 관리단 일부가 마음대로 바꾸는 건 아니다. 상가 분양자(구분소유자) ‘4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자체적으로 정한 관리규약이지만, 법적 효력이 있다. 상가 관리단의 운영 상태도 체크 포인트다. 관리 운영 업체가 부실하면 상가 전체 경영이 어려울 수도 있다.
관리비 연체로 또 경매로 나가
테마상가의 업종 제한을 확인하지 않은 채 낙찰받았다가 뒤늦게 경매 물건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럴 경우 입찰보증금(감정가의 10%)을 못 받는다. 하지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관리비만 수십만원씩 부담하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A공인 관계자는 “전용면적 9㎡(분양면적 약 33㎡)짜리 상가 관리비가 월 20만~30만원 들고, 주차비는 따로 나간다”며 “공실이 몇 년 동안 계속되면 관리비 연체로 경매에 나온 물건이 또 경매로 나간다”고 말했다.

중복 업종 범위를 두고 상가 관리단과 상가 소유주 간 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임차인끼리 업종 제한 규정을 들어 영업정지 소송을 거는 경우도 많다”며 “관리사무소에서 관리단이 언제 규약이 개정된 건지, 적법한 절차로 개정된 것인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마상가 경매는 까다로운 편이지만, 저가 매수를 통해 투자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자신이 사용할 점포가 필요한 임차인은 싼값에 매수해 임차료 상승 걱정 없이 상가를 이용할 수 있다.

장기 임차인을 둔 ‘알짜 상가’가 경매에 나오기도 한다. 작년 9월 구로구 신도림동 테크노마트 전용 105㎡짜리 상가(10층)는 감정가(15억여원)의 43%인 6억6500여만원에 낙찰됐다. 이 상가는 2014년부터 월세 600만원을 내는 커피숍이 장기 임차 중이다. 임대 수익률이 연 10%에 이른다. 신도림동 B공인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잘되는 상가가 분명히 있다”며 “직접 발품을 팔아야 분위기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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