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30번 넘게 머리 맞대 기술난제 해결"…日장인정신 품은 韓기업

입력 2023-11-13 21:00   수정 2023-11-14 14:45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제조 공정에 필요한 쿼츠 웨어, 세라믹 웨어 부품을 만드는 소재부품 전문기업 ㈜원익큐엔씨는 최근 1년간 ‘질화알루미늄(AIN) 히터’ 개발에 공을 들였다. AIN 히터는 반도체 공정 가운데 증착 공정에 사용되는 장비 챔버의 핵심 부품이다. 웨이퍼를 고정하면서 고온으로 균일하게 가열하는 역할을 한다.

고품질 AIN 히터 개발을 고심하던 원익큐엔씨는 지난해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한일재단)이 운영하는 ‘일본 우수 퇴직기술자 유치 활용 사업’의 문을 두드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예산 지원을 받아 16년간 꾸준히 진행 중인 이 사업으로 한일재단은 900명 넘는 일본 우수 퇴직기술자 데이터베이스(DB)를 보유했다. 일본 제조업 특유의 ‘모노즈쿠리(장인정신)’를 전수해줄 핵심 시니어 인력을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 맞게 매칭해줘 기술상 애로점을 밀착 컨설팅해주는 게 포인트다.

한일재단 사업을 통해 연결된 일본 퇴직기술자 미야타 세이치로씨로부터 기술 지도 받은 원익큐엔씨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AIN 히터 요소 기술 개발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잡은 뒤 체적저항, 인장강도 등 3가지 모두 목표치 이상을 달성했다. 500도 이상 고온에서 기존보다 확실히 개선된 체적저항 값을 보이는 등 고민이었던 지점을 해결했다는 설명이다.

일회성 지도가 아니라 1년 내내 지속된 ‘과정’이 주효했다. 일본 기술을 지도하면 이를 참조해 직접 테스트한 뒤 머리 맞대고 실험 결과를 분석해 적용하는 과정을 몇 차례고 반복했다. 권혁천 원익큐엔씨 세라믹연구팀장은 “작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온라인으로 26회, 오프라인으로도 총 27일간 기술 지도를 진행했다. 필요한 분야 기술 지도를 받아 당초 목표에서 정한 3가지 항목을 모두 목표값 이상의 수치로 개발 완료했고 개발 기간도 단축했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매칭 절차는 일선 기업들 호응을 이끌어냈다. 반도체 테스트 공정에 사용되는 프로브 카드의 핵심 부품 다층 세라믹 기판(세라믹 STF)이 주력인 코스닥 상장사 ㈜샘씨엔에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저온동시소성세라믹(LTCC) 기판 불량 분석 및 품질 개선을 위한 기술 지도를 신청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온라인 사전 매칭을 통해 일본 기술자 3명과 상담을 진행했다. 적극적이고 성실한 태도가 인상 깊었다”며 “비록 수요 기술 일치도가 낮아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상담회 자체는 만족스러웠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샘씨엔에스 측은 “지난해 기술 지도를 받아 세라믹 기판 불량률이 감소하는 등 품질 개선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현행 8개월인 사업 기간을 늘려 2년 이상의 중장기 사업도 개설됐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사업에 참여해 기술 지도한 카시무라 카즈노리씨도 “장기간 지도에 대한 한일재단의 계속적 지원을 검토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노하우를 전수받은 국내 기업뿐 아니라 일본 기술자들 역시 좋은 반응을 보였다. 최근 열린 ‘한일산업기술페어(FAIR) 2023’에서 국내 공구 제조업체 ㈜위딘에 진공 열처리 방법을 자문한 퇴직기술자 니히라 노부히로씨는 “자문을 통해 기업 애로점 해결에 도움이 됐다는 반응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기술 지도에 참여한 스즈키 타카히로 AH(Advanced Harmony) 대표는 “한국 중소기업에 전수한 노하우의 가치는 십수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기술의 본질을 깨닫고 문화나 가치관 차이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업 지원을 받은 뒤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들까지 나왔다. 지난 7일 상장한 RF 필터(무선 통신시스템에서 정보 송·수신 과정 중 필요한 무선 신호만 통과시키는 부품) 파운드리 전문기업 ㈜쏘닉스는 2019년 기술 지도를 받아 제품 및 설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제품 개발 기간도 3개월 이상 단축했다.

2010~2012년(고분자 합성 기술 및 자외선 경화형 수지합성기술)과 2019년(나노입자의 합성·분산, 분산제에 대한 설계) 일본 퇴직기술자의 기술 지도를 받은 ㈜석경에이티는 2020년 말 코스닥 상장 후에도 올해(나노입자 분산 관련 기술 지원)까지 한일재단 사업 지원 효과를 톡톡히 봤다. 특허 출원과 제품화 시도, 기술 확보 등을 통해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성일하이텍도 사업 지원 수혜를 누린 기업으로 꼽힌다. 2009년 폐자원에서 코발트를 회수하는 기술 개발에 대한 지도를 받았다. 성일하이텍은 2017년 ㈜성일하이메탈로 법인 분할한 후에도 2017~2018년(귀금속 건식 회수 기술)과 2021년(귀금속 도금용 화합물 제조 기술, 팔라듐 화합물 품질 강화) 기술 지도를 받았으며 지난해 7월 성일하이텍이 코스닥에 상장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윤혜원 한경닷컴 기자 want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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