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살이 접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20대 취준생의 호소 [돈앤톡]

입력 2023-11-17 07:16   수정 2023-11-17 09:33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3만원. 20대 남성 A씨가 작년 8월까지 거주했던 서울 신림동 빌라(다세대·연립) 원룸의 주거비입니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서울에서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다시 취업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월세 부담에 5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고향인 대전으로 돌아왔습니다. 특별히 집에서 지원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서울에서 취업 준비 중인 지방 출신 청년이 흔하게 마주하는 주거 현실입니다.

A씨는 "본가로 돌아와서 일자리를 찾아볼까 했지만, 마땅치 않았다"며 "결국 서울을 오가며 취업을 준비하는데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A씨는 귀향 이후에도 기차를 타고 올라와 서울에 있는 회사 세 곳의 면접을 봤습니다.


지방에서 상경한 무주택자 청년들이 꼽는 가장 큰 경제적 부담은 단연 '월세'입니다. 더군다나 취업, 이직, 재취업 등을 준비하는 과정이면 더욱 그렇습니다. 아르바이트만으로 서울에서 생활하기가 버겁기 때문입니다.

주거환경도 열악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전세 사기 우려로 빌라 전세는 피하고 싶고, 소형 아파트 전세는 금리와 가격 상승에 꿈도 꾸기 어렵습니다. 남은 선택지인 빌라 월세도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이들은 지방으로 내려가 '서울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올해 8월 서울 다세대·연립 원룸 평균 월세는 69만원이었습니다. 전년 기간 대비 24.3% 올라 지난 10년간 8월 기준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서울 지역 대표적인 빌라 밀집 지역인 관악구 신림동에서도 올해 2월, 보증금 1000만원에 60만원(전용면적 14.39㎡)이었던 월세가 8월 65만원으로 올랐습니다.

귀향한 청년들은 여전히 서울 지역 취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 어렵습니다. 갈수록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임금이나 고용률 격차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 '지역 간 인구 이동과 지역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과 2021년 두 지역 간 월평균 실질임금 격차는 34만원에서 53만원으로 벌어졌습니다. 또 고용률 격차도 3.8%포인트에서 6.7%포인트로 더 커졌습니다.

7일 통계청은 2013~2022년 수도권으로 유입된 20대 순이동 인구가 59만1000명에 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순이동 인구란 전입 인구에서 전출 인구를 뺀 수치를 말합니다. 같은 기간 전체 연령대 평균 순수입 인구는 27만9000명 수준에 그쳤습니다. 지난 10년간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해 상경한 지방 출신 청년들은 높아지는 월세에 오늘도 힘겨운 서울 생활을 견디고 있습니다.

A씨는 "취업이 늦어지는 것도 겁나지만, 서울에 취직이 안 됐다가 나중에 사는 모습은 더 큰 차이가 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며 "지방에는 회사규모 뿐만 아니라 비슷한 나이 또래들도 거의 없다. 회사에서 커리어를 키우면서 성장하고 싶다보니 서울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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