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가격 올릴 때 우린 정반대로"…돈쭐난 이유 있었다

입력 2023-11-16 20:02   수정 2023-11-16 23:47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통업체들이 가격은 그대로 두고 품질을 떨어뜨리는 '스킴플레이션'(Skimflation)이나 제품의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현상으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격은 유지하되 양을 늘리는 전략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업체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바로 캐나다 피자 체인점 '피자 피자'(Pizza Pizza)다.
업계 1위도 매출 감소했는데
최근 야후 파이낸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피자 피자'의 지난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늘어난 1억6320만 달러(약 2111억원)를 기록했다.

이 업체는 최근 도마 위에 오른 슈링크플레이션이나 스킴플레이션과 정반대의 전략을 취해 성장세를 보인다는 평가다. 가격은 그대로 두고 양을 오히려 늘리는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같은 기간 글로벌 업계 1위인 도미노 피자는 매출이 4%가량 감소했다.

지난 7월 이 업체는 소형 피자의 이름을 '그로우플레이션(Growflation) 피자'로 바꾸고 피자의 크기를 44% 키웠다. 가격은 16.99달러(약 2만원)로 기존 소형 피자와 같게 유지하기로 했다.

당시 폴 고다드 피자 피자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고객들이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우려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고객에게 대안을 제공하고 싶었으며 이 전략이 가맹점주에게 경제적 피해를 주지 않게끔 본사 예산으로 제품 증량 비용을 충당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컨퍼런스콜에서 그는 3분기 성과를 발표하며 "슈링크플레이션 밴드웨건 효과를 쓰려는 회사들과 달리 우리는 같은 가격으로 더 큰 피자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했다"며 자사 전략이 성장에 유효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캠페인을 통해 높은 이자율과 물가 상승에 압박받는 캐나다인들에게 홍보와 가치 제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韓 기업들 '슈링크플레이션'·'스킴플레이션' 논란
이러한 '피자 피자'의 성장세는 국내외 유통 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안기고 있다. '피자 피자' 사례와 대조적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은 원가 절감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전략 변화에도 성장이 꺾인 모습도 보인다.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에게선 슈링크플레이션과 스킴플레이션 사례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오렌지 주스 원액 가격이 오르자 델몬트 오렌지 주스의 과즙 함량을 100%에서 80%로 낮췄다. 스킴플레이션의 대표 사례다. 제품 하단에 '오렌지과즙으로 환원 기준 80%'라고 적혀 있지만 '오렌지 100%'라는 문구가 함께 표기돼있어 헷갈린다. 비슷한 포장지의 값이 좀 더 저렴한 주스도 함량을 보니 오렌지과즙이 30%뿐이었다.

풀무원은 '모짜렐라 핫도그' 한 봉지에 5개(400g)씩 들어있던 핫도그는 4개(320g)로 줄었다. 농심은 양파링 한 봉지를 84g에서 80g으로 줄였다.

제품을 진열하던 대형마트 직원 50대 A씨는 "제품을 꼼꼼히 살펴보던 주부들이 가격표 상단에 작게 적혀 있는 '100g당 가격' 항목을 보고 '이 제품은 양이 줄었냐'며 묻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말했다.

60대 주부 최모씨는 "가격 변화가 크지 않으니 생각 없이 제품을 샀다가 막상 집에서 제품을 열어보고 양이 줄어 놀란 적이 있다. 만두와 같은 냉동 제품이나 과자류가 특히 양이 줄어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요즘엔 장바구니에 뭘 담기가 무서워서 마트에 오면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할인코너부터 찾는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들은 순이익이 줄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이 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8% 감소했다.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을 '꼼수'라고 규정하고 단속에 들어갔다. 이날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00g 들어가던 것을 90g 들어간다고 충분히 공지하면 문제없겠지만 그렇지 않고 슬그머니 (중량) 표기만 바꾸는 것은 꼼수"라며 스킴플레이션을 단행하는 업체들이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가 속은 느낌을 들게 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신현보/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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