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국회가 짠 지역상품권 예산, 타당성 있나

입력 2023-11-20 10:00   수정 2023-11-20 15:53



2024년도 나랏살림에서 건전재정의 시금석으로 평가받아온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 증액안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단독의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의결됐다. 여당의 반대에도 강행한 것이다. 이 안건은 말이 증액이지 사실은 신설이다. 법에 정해진 대로, 지역상품권 발행은 지방자치단체 고유 사무라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아예 관련 예산 자체가 편성되지 않았다. 거대 야당이 7053억 원에 달하는 예산 항목 하나를 신설에 나선 것이다. 국회의 이런 월권이 처음도 아니지만 명백히 법 위반, 그것도 위헌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절차상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가 남았고, 정부 의지도 중요하지만 일단 상임위에서 의결되면 바로잡기는 쉽지 않다. 핵심은 지역상품권 발행을 위한 예산을 중앙 정부가 지자체에 나눠줘야 하느냐다.
[찬성] 이전 정부 때 연간 1조원 넘기도지역경제 살리기 손 놓을 수 없어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게 된 연원과 취지, 효과 세 가지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의 지역상품권 발행 지원은 2018년에 지역의 근간 산업인 조선업이 심각한 불황에 빠진 네 곳을 긴급 지원할 때 편성됐다. 거제·군산·영암·경남 고성 등이다. 정부가 지원해준 100억 원의 예산으로 사전에 할인된 지역상품권이 발행되면서 지역 내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 판매 확대에 도움 됐다. 이용자는 9만 원만 내고 10만 원짜리 지역상품권을 사서 그만큼 물건을 구입하면 차액 1만 원이 발행 비용이 되는데 이를 예산에서 메꿔주는 식이었다. 상품권 사용을 특정 지역 내로 제한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기여했다. 그때 네 곳은 실업률이 급등해 정부가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했다.

2019년에도 중앙정부가 같은 명분으로 884억 원을 지원했다. 이어 코로나19 충격이 닥치면서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금액이 급증했다. 2020년 6690억 원, 2021년 1조2522억 원, 2022년 8050억 원씩 매년 큰 규모로 편성 지원됐다. 지원액이 이 정도가 되면서 2021년에는 실제로 발행된 지역상품권 규모(실제 판매 금액)이 23조6000억 원에 달했다. 본예산 외 연중에 별도로 더 지출하는 추가경정예산에도 반영됐다. 비수도권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

그런 지원 예산은 이어갈 필요가 있다. 지방은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하다. 행정안전부가 인구감소지역으로 공식화한 89개 시·군뿐 아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각 지방 전체가 인구위기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식으로라도 지방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위기 지역에서도 돈이 돌게 해야 한다. 단순히 지역 경제를 살리는 차원을 넘어 지역에 최소한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인구절벽’ ‘인구위기’라는 말이 반복되지만, 실상은 인구의 양극화가 더 문제다. 서울 수도권은 인구 집중에 따른 문제가 심각하고 지역은 젊은이 이탈로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지역 지원 예산은 어떻게든 확대해야 한다.
[반대] 지방 자율 업무, 획일적 배분도 문제지출대비 효과 의심, 선거 앞둔 野 선심책
지방의 경제적 어려움은 이해되지만, 법이 있고 원칙이 있다. 각 지자체에 대한 지원은 이미 여러 갈래로 집행되고 있다. 2024년에도 교육예산을 제외한 일반교부세로 약 60조 원이 지원된다. 세금 감면, 특화된 산업단지 건설 등 지원 종류도 많다. 지역상품권 발행 예산은 고용위기 지역에 대한 한시적 특별 지원이었다. 코로나19 대응 명분으로 문재인 정부 때 매년 거액이 편성됐지만 지출 대비 성과도 불확실하다. 코로나19 극복 예산처럼 되면서 전국 지자체에 고루 지원되다 보니 사정이 더 어려운 지자체에 대한 선별·집중 지원도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획일적 배분이 됐고 그에 따른 포퓰리즘 논란이 생겨 윤석열 정부 들어 중단키로 했다.

시행의 근거가 되는 지역사랑상품권법에도 이 상품권 발행은 지자체 업무로 명시돼 있다. 각 지자체 장이 각각 사정과 재정 상황에 맞춰 자율로 할 사안이다. 따라서 7~10% 정도인 할인(발행) 비용을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법 취지와도 어긋난다. 민주당은 지역상품권 발행에 대해 “경기 진작 효과가 있다”라고 주장하지만 말이 안 된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대로 7000억 원씩이나 푼다면 효과 자체가 없을 수는 없다. 세금에서 7000억을 현금으로 써서 내는 효과가 얼마냐가 관건이다. 해마다 세금 징수를 통한 재정 수입보다 정부의 씀씀이가 커져 재정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전체 나라 살림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 결과 누적되는 국가채무도 계속 커진다. 7000억 원을 더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며 이 예산 편성을 밀어붙이는 주된 이유는 이게 ‘이재명표 인기몰이 예산’처럼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도 예산 관련 언론 회견 때 강조한 바 있다. 22대 국회의원 총선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돈풀기라는 선심책을 쓰려는 것이다. 국가 예산이 그렇게 쓰여선 안 된다. 더욱이 지자체 업무라는 정책적 판단이 어렵게 내려졌다. 지방 지원은 필요하지만 법규를 준수하고 정공법·정석대로 가야 한다.
√ 생각하기 - 국회 일방적 예산 편성은 '위헌' … 해당 법도 '지자체 업무' 명시
우리 헌법에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 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제57조)라고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 거대 야당이 의원 숫자, 힘으로 밀어붙인 예산 신설 의결은 위헌이다. 지역상품권 법에도 맞지 않다.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이 예산의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2022년에도 윤석열 정부는 당초 ‘불가’였으나 여당이 어정쩡하게 야당과 타협하면서 결국 발행 비용 지원으로 3525억 원이 편성됐다. 인구감소지역 89곳 기초지자체 등 지역 내 경제·인구의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된다. 사실 그런 곳에 표시 나게 지원해주기 위해서라도 법적 근거가 없고, 효과도 적은 획일적 예산 배분은 지양해야 한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재정적자가 2023년 70조 원(9월 말)을 넘었고, 국가채무는 1100조 원에 달했다는 재정 통계를 보면 무섭기만 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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