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빙의한 황정민이 '참 군인' 정우성과 재현한 '44년 전 그날'

입력 2023-11-20 19:34   수정 2023-11-21 00:57

“요즘 입만 벙긋하면 보안사로 바로 끌려간다던데. 그 말이 맞습니까? 세상이 ‘서울의 봄’이다 뭐다 해서 분위기 좋아지고 있는데….”(이태신)

“이 장군, 난 말입니다. 이참에 우리 둘이 친해볼까 하는 마음도 솔직히 좀 있어요. 서로 같은 편 하면 큰 힘이 되고 그럴 텐데요.”(전두광)

22일 개봉하는 영화 ‘서울의 봄’의 두 축인 전두광 보안사령관 겸 합동수사본부장(황정민 분·사진 왼쪽)과 곧 수도경비사령관으로 임명될 이태신 소장(정우성 분·사진 오른쪽)이 처음 대면할 때 나누는 대화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 불기 시작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담은 ‘서울의 봄’이란 말은 이때 딱 한 번 나온다.

김성수 감독이 연출하고, 시나리오를 각색한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일어난 군사 쿠데타, 이른바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최초의 극영화다. 김 감독은 사건의 큰 틀은 사실(史實)에 맞게 그리되 주요 인물의 성격과 행적은 재창작하는 것으로 각색 방향을 잡았다.

허구를 가미한 만큼 실존 인물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단, 전두광과 노태건(박해준 분)은 듣는 즉시 두 전직 대통령이 떠오르는 이름으로 지었다. 반면 전두광과 정반대 유형으로 설정한 이태신은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과 전혀 다른 이름으로 했다.

영화는 10·26 사태 직후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계엄법에 따라 육군참모총장 정상호(이성민 분)가 계엄사령관, 보안사령관 전두광이 합동수사본부장을 맡는 것으로 시작된다. ‘12·12 전사(前史)’가 전개되는 초반부는 정상호와 전두광의 갈등과 대립이 주를 이룬다. 반란군과 진압군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중·후반부는 전두광과 이태신의 공방이 펼쳐진다.

배우들의 호연이 잘 짜인 시나리오의 재미를 배가한다. 대머리 가발을 뒤집어쓴 황정민은 ‘탐욕의 아이콘’ 전두광을 제 옷 입은 듯 연기한다. 때때로 오합지졸의 모습을 보이는 하나회 무리를 휘어잡는 장면에선 보는 이를 오싹하게 할 만큼 카리스마가 넘친다. 정우성은 모범적인 군인의 모습을 안정적으로 표출한다. 정상호 역의 이성민, 노태건 역의 박해준, 이태신과 함께 끝까지 저항하는 헌병감 역의 김성균과 특전사령관 역의 정만식 등 조연들의 존재감도 두드러진다.

반란군과 진압군의 의상과 무기, 소품뿐 아니라 포격전과 총격전, 군사적 대치 등 고증을 거쳐 그날의 현장을 가급적 사실대로 재현한 것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양 진영의 설득과 겁박, 폭력으로 공수가 수시로 뒤바뀌는 전개는 결말이 정해진 이야기임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한다.

다만 지나치게 극적인 설정과 캐릭터가 영화적 재미를 더했을지는 모르지만,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인 만큼 “정말 저랬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장면이 여럿 있다. 반란군과 진압군의 마지막 대결 장소인 세종로 장면이 대표적이다.

반란군의 승리로 귀결된 직후 이태신은 부하들에게 “아무도 따르지 말라”고 명령한 뒤 홀로 반란군을 향해 나아간다. 이태신은 전두광에게 “넌 대한민국 군인으로도, 인간으로도 자격이 없어”라고 말한 뒤 순순히 붙잡힌다. 전두광은 부하들에게 다가오는 이태신을 “쏘지 말라”고 명하고, 그를 비웃는 부하들에게는 “웃지 마라”고 한다. 극히 비현실적인 설정이고, 역시나 100% 창작된 장면이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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