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켐에 이어 미코바이오에 또 물린 KB증권, 유증 실권주 주의보

입력 2023-11-20 14:38  

이 기사는 11월 20일 14:3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KB증권이 작년 엔지켐생명과학에 이어 바이오 기업 증자를 주관했다가 또 한번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 체외진단기기 전문기업 미코바이오메드의 유상증자 실패로 155억원 규모의 실권주를 떠안았기 때문이다. 손실이 커질 것을 우려한 김성현 KB사장이 "바이오 관련 딜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라"고 주문하면서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14일 미코바이오메드의 유상증자 후 잔여주식 578만8148주를 전량 인수했다. 주당 발행가액 2705원 기준 약 155억원 규모다.

미코바이오메드는 이달 초 1800만주를 모집해 487억원을 조달하는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청약받았으나 흥행에 실패했다. 구주주 청약률은 62.76%로 1800만주 모집에 1129만6352주가 청약하는 데 그쳤다.

미코바이오메드의 지분 24.26%를 보유한 모회사 미코가 전량 증자에 참여했으나 바이오 투자 심리가 악화하고 주가가 하락하면서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미코바이오메드의 주가는 유상증자로 인한 권리락이 발생한 지난 9월 26일 3570원에서 지속해서 하락해 이달 들어 2500원대까지 떨어졌다.

회사 측은 나머지 실권주 670만3648주를 대상으로 일반공모를 받았지만, 분위기를 뒤집지 못했다. 91만5500주의 신청이 들어오면서 청약률은 13.66%에 그쳤다. 미청약분은 전체 모집 수량의 32.16%에 달했다.

KB증권은 잔액인수 계약에 따라 잔여 주식을 모두 인수했다. 실권 수수료를 고려하면 KB증권의 주당 인수가액은 2300원이다. 신주가 상장되는 오는 28일 주가가 이보다 하락할 경우 손실이 불가피하다.

증권사 관계자는 "신주 상장일 시가총액의 60%에 달하는 300억원어치의 물량이 쏟아져 주가를 끌어내릴 수 있다"며 "KB증권도 단계적으로 보유 주식을 매도할 수밖에 없어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KB증권은 앞서 신약개발사 엔지켐생명과학의 유상증자로 240억원가량 손실을 본 적이 있다. 한때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이었던 엔지켐생명과학은 작년 초 3016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으나 대주주인 브릿지라이프사이언스와 손기영 대표이사가 유상증자에 10%만 참여하면서 대량 실권주가 발생했다.

이 일로 주관사였던 KB증권은 1100억원 규모의 실권주(380만9958주)를 1주당 2만8620원에 인수했고 졸지에 엔지켐생명과학의 최대주주(27.97%)가 됐다. 문제는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라 금융회사가 다른 회사 지분 20% 이상을 소유하거나 지분 5% 이상을 소유한 최대 출자자가 될 경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데서 있다.

KB증권은 금융위원회에 상황을 보고하고 지난해 3월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을 통해 엔지켐생명과학 주식 약 120만주를 매각해 지분율을 19.21%로 낮췄다. 이후 실권주를 추가로 처분하려고 했으나 보유 주식 규모가 크고 엔지켐생명과학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1주당 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단행했으나 주가 부양에 실패했고 KB증권은 결국 작년 7월부터 3개월 간 헐값에 주식을 처분했다.

이 과정에서 KB증권은 실권주 인수 금액 1100억원 중 약 744억원을 회수해 24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유상증자 인수 수수료로 45억원을 벌었지만, 실권주 인수로 6배 이상의 손실을 낸 것이다. 기업금융본부와 SME금융부의 일부 팀은 엔지켐생명과학의 투자 손실로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

잇단 바이오 기업의 유상증자 실패로 김성현 KB증권 사장은 "당분간 바이오 기업 관련 딜을 수행할 때 최대주주와 지분구조를 비롯해 기업 경쟁력을 면밀히 분석하라"고 지시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미코바이오메드의 유상증자를 주관할 당시 실권 수수료를 엔지켐생명과학(10.0%)보다 높은 15.0%로 책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손실 가능성이 커지자 KB증권 내부에서 우려가 많다"며 "연말까지 실적 채우기보다 수익성을 만회하는 데 집중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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