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의 오로라 화가 "그림은 봤을 때 그 자체로 아름다워야"

입력 2023-11-29 18:08   수정 2023-12-01 11:55



전명자 작가(81)는 60여 년 전 홍익대 서양화과에 들어간 이후 자신이 사랑하는 일상의 풍경을 줄곧 그려왔다. 아파트 실내와 창밖의 풍경, 아이들의 모습, 여행의 기록…. 흘러가는 세월만큼이나 그의 작품과 명성은 꾸준히 쌓여갔고, 마침내 서울여대 미술대학 교수가 됐다.

평온한 시간이 흘러가던 50대의 어느 날. 그는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며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 교수직을 던지고 가족도 한국에 둔 채. 그렇게 떠난 길에서 전 작가는 그간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났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로운 빛을 뿜어내는 북구의 오로라, 파리 거리의 낭만, 이글거리는 태양처럼 강렬한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해바라기밭…. 그는 이 광경들을 합쳐 화폭에 담았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재현과 현전(現前)의 경계에서’는 그 결과물을 모아놓은 자리다.

전 화백의 별명은 ‘오로라 화가’다. “1995년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오로라를 처음 본 이후 내 삶과 작품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서다. 그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몽환적인 초록색과 파란색도 오로라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다. 하늘에 펼쳐지는 오로라와 함께 유럽의 성당,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길거리를 걷는 파리 시민 등 공존할 수 없는 요소들이 시공을 초월해 뒤섞여 있는 것도 전 작가 작품의 특징이다. 이렇게 그린 작품들은 다소 통속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쉽다. 전 작가는 “그림은 말로 설명할 필요 없이, 봤을 때 그 자체로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관람객들이 그림을 통해 내가 경험한 행복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80세를 넘은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지치지 않고 새 작품을 구상 중이다. 전 작가는 “전시가 끝나면 파리에 들렀다가 노르웨이에 가서 오로라를 다시 보고 새로운 영감을 얻을 계획”이라며 소녀처럼 맑게 웃었다. 전시는 다음달 12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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