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짙어지는 12월, 비로소 빛의 시간

입력 2023-11-30 19:32   수정 2023-12-01 02:06


겨울은 달과 별의 시간이다. 태양을 밀어내고 어둠의 시간이 길어지면, 반짝이는 것들은 더 영롱한 빛을 낸다. 이것은 하늘만의 일이 아니다. 도시 곳곳에서도 빛의 축제, 루미나리에가 곳곳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빛이 귀했던 수백 년 전, 어둠이 두려웠던 인류는 왕과 신을 기리기 위해 빛을 조각했다. 그 빛은 지금 우리에게 말 없는 위로가 된다. 당신과 내가, 우리 모두가 올 한 해도 잘살아냈다고. 수고했다고. 누군가에게 한겨울의 불빛은 소망의 빛이자 추모의 빛이기도 하다. 실제 일본 고베 대지진이 있었던 1995년 1월. 절망에 빠졌던 이 도시는 그해 12월 빛의 축제를 만들어 지진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치유했다. 지금까지 매년 3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지역의 대표 행사가 됐다. 또 한 번의 새로운 순환을 기다리는 한겨울, 움츠러드는 나무들은 누군가의 간절한 소망과 꿈이 걸리는 ‘생명의 나무-크리스마스 트리’로 변신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겨울의 불빛들은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 수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마음에 새겨진다.

12월은 땅에서 떠오르는 별들과 마주하는 시간이다. 도시인들을 다독이는 빛들이 전 세계에서 밤마다 불을 밝히기 때문이다. 2023년의 달력이 단 한 장 남은 오늘, 살면서 한 번쯤 가볼 만한 서울 곳곳과 전 세계 루미나리에 명소들을 정리했다.

거리에 멈춰서서 그저 감탄하는 일도, 올해의 마지막 ‘인생샷’을 찍는 일도, 사랑하는 누군가와 같은 추억을 만드는 마법 같은 일도 모두 가능하다. 12월의 도시에서 일어나는 빛의 마법을 만나기에,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웨이팅 4시간도 기꺼이"…여의도 유럽마을, 잠실 소원트리서 '찰칵'
연말 인생샷 스폿-한국편

달의 시간이 한참 길어지는 겨울. 그 겨울에 더 빛나는 곳들이 있다. 서울 시내 곳곳의 백화점이다. 시청과 명동, 잠실처럼 많은 이가 바쁜 걸음을 재촉하던 평범한 거리는 추위와 함께 특별한 랜드마크가 돼 찾아온다. 거리 곳곳을 바꾸는 ‘빛의 마법’은 순식간에 우리를 판타지의 세계로 데려간다. 올해의 ‘마지막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명소들을 정리했다.

20세기 영국으로 떠나는 여행

요즘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은 이른 아침부터 폐장시간까지 인파로 붐빈다.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 마련된 크리스마스트리와 유럽 작은 마을을 연상시키는 ‘H빌리지’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한 행렬이다. ‘대기번호 500번대, 4시간 대기했다’는 후기들로 넘쳐난다. 현대백화점은 11월부터 전국 16개 점포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선보였다. 올해는 20세기 영국 런던으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으로 조성했다. 영국의 크리스마스 마켓 분위기를 실내에서 느끼고 싶다면 여의도 더현대서울을, 야외에서 즐기고 싶다면 무역센터점을 찾는 게 좋다.

63m 야외 스크린으로 즐기는 ‘3분 영화’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올해도 ‘12월의 랜드마크’가 됐다. 가로 63m, 세로 18m의 스크린을 건물 외벽에 설치해 명동 일대를 야외 영화관처럼 만들었다. 백화점 앞을 우연히 지나다가 영상을 마주한다면 아무리 추워도 3분은 멈춰 서서 끝까지 감상하고 가길 추천한다. 스크린 속 붉은 커튼이 양쪽으로 걷히고 커다란 아치가 열리면 단막극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크리스마스 요정에게 소원 빌어볼까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은 점포 앞 100m 거리를 ‘소원’과 ‘편지’를 테마로 꾸몄다. 연말이면 편지로 안부를 전하고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소원을 빌던 추억을 소환한다. 편지지를 판매하는 상점, 움직이는 피규어,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와 거울 등을 구경하며 거리를 걷다 보면 백화점 1층 내부에 있는 포토존 우체국이 나온다. 잠실 롯데월드몰도 빼놓을 수 없다. 롯데월드몰 앞 잔디광장에는 소원을 들어주는 높이 19m의 대형 ‘빅 위시 트리’가 설치돼 있다.

DDP·호텔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연말 분위기를 띄우는 건 백화점뿐만 아니다. 시그니엘 서울 호텔은 79층부터 81층까지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의 입구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샹들리에는 솟아오른 트리와 역방향으로 조화를 이룬다. 드넓은 공간에서 연말 분위기를 즐기며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찾아가 보자. DDP 외벽의 ‘디지털 아틀란티스’는 자연과 기술의 조화를 표현한 미디어아트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12시간을 날아서라도"…성탄마켓 원조 독일로, 핫한 헝가리로
연말 인생샷 스폿-유럽편

키가 20m를 훌쩍 넘는 초대형 트리, 밤거리를 환하게 밝히는 조명, 축제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는 캐럴까지. 12월이 되면 세계의 관광지들은 온통 크리스마스로 물든다. 오로지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유럽·미국행 비행기 티켓까지 끊는 ‘크리스마스 러버’도 적지 않다. 화려한 트리와 조명으로 잊지 못할 연말을 만들어줄 크리스마스 여행지를 소개한다.

크리스마스 마켓의 원조는 독일 드레스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즐길 수 있는 곳은 단연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아기자기한 트리 장식품부터 그 지역의 전통 크리스마스 베이커리까지 볼 수 있기 때문. 크리스마스 마켓의 ‘원조’는 독일 드레스덴이다. 1434년 드레스덴 알트마르크트 광장에서 시작돼 크리스마스 음식 재료를 팔던 마켓이 무려 600년 동안 이어졌다. 이곳에선 독일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에 먹는 전통 과일 케이크 ‘슈톨렌’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

빈으로 갈까, 부다페스트로 갈까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싶다면 오스트리아 빈이 제격이다. 도시 곳곳에서 크고 작은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그중 메인은 시청 건물 앞 라트하우스 광장에 차려지는 마켓이다. 매년 세계 각국에서 300만 명이 찾는다. 시청 앞에 설치된 아이스링크는 그중에서도 가장 붐빈다. 8500㎡에 달하는 아이스링크장에서 가족, 연인과 함께 스케이트와 컬링을 즐기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12월 30~31일, 1월 1일 빈 음악협회 골든홀에서 열리는 빈 필하모닉 콘서트까지 곁들인다면 이보다 더 멋진 연말은 없을 것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도 요즘 뜨는 크리스마스 여행지다. 유럽 여행 전문기관 EBD가 선정하는 ‘유럽 최고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2020년부터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성 이슈트반 대성당 외벽을 수놓는 화려한 조명 쇼, 뵈뢰슈머르치 광장을 가로지르는 어린이용 기차, 골목골목 자리 잡은 헝가리 전통 수공예품 가게 등을 들르면 지루할 틈이 없다.

파리의 투명 트리, 뉴욕의 24m 트리

마켓뿐만이 아니다. 매년 이맘때면 전 세계 주요 도시마다 ‘트리 경쟁’이 펼쳐진다. ‘낭만의 도시’ 프랑스 파리가 대표적이다. 올해 파리지앵의 눈을 사로잡은 건 젊은 패션 디자이너 샤를 드 빌모가 디자인한 갤러리 라파예트의 트리다. 유리로 제작된 투명 트리는 빛을 받아 더욱 반짝이고 그 위에는 산타와 엘프가 앉아 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얘기할 땐 미국 뉴욕을 빼놓을 수 없다. 1931년부터 매년 록펠러센터 앞에 설치되는 트리 때문이다. 올해는 키가 24m에 달하는 초대형 트리가 설치됐다. 트리에 쓰인 전선 길이만 8㎞가 넘는다. 5만 개 이상의 LED(발광다이오드) 불빛과 트리 위 400㎏짜리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화려함의 정점을 보여준다.

김보라/이미경/이선아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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