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민우혁 "장발장과 저, 사랑 많은 사람들이죠" [인터뷰+]

입력 2023-12-08 08:40  


민우혁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대한 애정이 유달리 깊었다. 숱한 포기의 역사를 뒤로하고 뮤지컬 배우로서의 길을 걸을 수 있게 해준 은인과도 같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야구 선수, 아이돌 그룹에 이어 배우 생활마저 녹록지 않아 포기하려 했던 2015년. '레미제라블'의 앙졸라 역으로 처음 대극장 무대를 밟은 그는 현재 장발장이 되어 관객과 만나고 있다. 8년 만에 '레미제라블'의 선봉장이 되어 작품을 이끌게 됐으니 이보다 더한 드라마는 없으리라.

최근 서울 모처에서 만난 민우혁은 8년 전을 떠올리며 "그때부터 배우로서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민우혁은 고교 시절부터 야구선수로 활동하며 LG트윈스에도 입단했지만 부상으로 6개월 만에 꿈을 접어야 했고, 드라마 OST 참여를 시작으로 아이돌 가수로도 데뷔했지만 이 역시 빛을 보진 못했다. 이후 2012년 걸그룹 LPG 출신 쇼호스트 이세미와 결혼했고, 아내의 권유로 뮤지컬 배우를 시작해 중소극장 작품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중 '레미제라블'을 만났다.

이번 시즌 장발장 역에 캐스팅된 것에 대해 민우혁은 "굉장한 영광이다. 영광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디션 당시를 회상하며 "'레미제라블'은 굉장히 긴 시간 공연해야 하는데 내가 너무 사랑하는 작품이라서 단 한 명이라도 부정적인 말이 나오는 걸 원치 않았다. 영혼을 갈아서 공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내 숙제였다. 레슨도 많이 받고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고를 표현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8년 전과 비교해 한층 성장한 자신이 체감된다고도 했다. 민우혁은 "8년 전 앙졸라를 연기하면서 배우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를 찾게 됐다. 무대에서 멋있고 매력 있게 하는 게 아니라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 감동을 줄 수 있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직업이라는 걸 느꼈다"면서 "8년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발장이 됐을 때 과연 나의 경험치와 스킬로 '레미제라블'을 끌고 갈 수 있겠느냐는 생각에 엄청난 두려움과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8년간 정말 열심히 해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자신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과거 앙졸라를 연기하며 성대결절을 겪었던 민우혁은 지속해서 레슨을 받으며 스스로 더 단단해지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총 4명에게 레슨을 받고 있다는 그는 "아직 70%도 못 왔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이 내 마지막 '레미제라블'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끝까지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릭터와 작품의 메시지와 관련해서도 상당히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장발장은 빵 한 개를 훔친 대가로 19년의 감옥살이한 후 전과자라는 이유로 멸시받지만 우연히 만난 주교의 자비와 용서에 감동해 새로운 삶을 살 것을 결심하고 약자 편에 서는 인물인데, 민우혁은 자신과 장발장의 인간적인 성향이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닮았느냐고 묻자 "내가 사랑이 많다. 사람도 좋아한다"며 웃었다. 민우혁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장 행복한 게 (깊어지는) 배우들과의 관계다. 모이면 하나 같이 작품 얘기밖에 안 한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이 작품을 하니 더 따뜻하고 모든 순간이 좋다. 이런 게 관객들에게도 다 전해지고 있지 않을까"라며 미소 지었다.

이어 "앙졸라를 연기할 때는 뮤지컬 경험이 많지도 않고 기본기도 없어서 작품을 생각하기보다는 내 역할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가갔다. 그러다 보니 희생, 혁명, 용기, 희망 등에 초점이 많이 맞춰졌다. 그런데 지금 장발장을 해보니까 본질적인 메시지는 '사랑'이더라. 용기, 희생, 희망 등 모든 게 결국 사랑으로 인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그가 꼽은 '레미제라블'의 가장 인상적인 가사 역시 "그 누군가를 사랑하면 신의 얼굴 보리"였다.


"장발장이 해야 하는 연기와 노래, 발성 등 모든 게 지금까지 제가 한 모든 작품을 통틀어서 가장 난도가 높지 않나 생각해요. 지금도 굉장히 힘들어요. 익숙해지지 않는 두려움이 있죠. 작품의 메시지가 분명하고 많은 분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제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물론 그래서 오는 행복감도 있고요. 공연을 마치면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서 잠을 잘 자지 못하기도 해요. 공연이 끝나면 터져 나오는 함성과 관객분들의 눈빛을 보면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있거든요. 그게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이지 않을까 싶어요."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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