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단길 효과에…구미 '젊은 도시' 변신

입력 2023-12-05 19:06   수정 2023-12-06 00:33


문화생활 불모지로 여겨지던 산업도시 경북 구미가 젊은 층에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면서 활기가 돌고 있다. 과거엔 주말과 휴일에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근로자와 학생들이 최근엔 원도심 주택가 골목길의 ‘금리단길’을 찾아 시간을 보낸다. 3~4년 전부터 책 읽는 칵테일바, 카페, 공방 등 감성적인 상점이 차례로 들어서면서 이곳을 북적이는 골목길로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금리단길은 구미역 후문과 금오산 사이에 있는 선주원남동(각산마을)의 골목길이다. 전자산업이 번영한 기억을 간직한 구미의 원도심이다. 이곳은 5년 전만 해도 카페가 10곳 정도에 불과한 주택가였지만 현재는 40여 개 카페를 비롯해 공방과 편집숍, 칵테일바, 이색 음식점 등이 180개 모인 번화가로 바뀌었다. 1970~1980년대 ‘불란서주택’으로 불리던 한국형 양옥들이 청년 상인의 손을 거쳐 개성 가득한 상점으로 재탄생했다.

올해 2월 개업한 낫저드(낫저스트드링크)는 금리단길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칵테일바다. 서울에서 대기업에 10년간 다니다 창업을 꿈꾸던 임보미 대표는 구미시가 ‘책 읽는 금리단길’을 조성한다는 소식을 듣고 2월 구미에서 책바(bookbar)를 열었다. 주위 사람들은 ‘서울과는 사정이 다르다’며 말렸지만 임 대표는 구미의 변화에서 희망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 시끌벅적한 술집이 아니라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와 서재를 닮은 바(bar)를 만들었다.


그의 콘셉트는 산업화 시대부터 이어져 온 그간 일률적인 회식문화에 염증을 느낀 구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욕구와 맞아떨어졌다. 17개 좌석을 갖추고 오후 2시부터 밤 12시까지 영업하는 낫저드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테이블에는 ‘낫저드 백일장’이라는 메모북이 놓여있다.

위스키와 와인클래스, 북토크, 자산관리 등 월 1회 여는 문화 모임은 금리단길의 커뮤니티로 자리 잡았다. 임 대표 같은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금리단길을 채우면서 이제는 대구와 경북, 부산에서도 금리단길을 찾고 있다.


금리단길 부활에 촉매제가 된 것은 구미시의 ‘책 읽는 금리단길’ 사업이다. 구미도서관은 지난해부터 12곳의 테마카페(바)를 지정해 시, 에세이, 여행, 동화, 미술 등 주제별로 책 550권을 기증했다. 금리단길 초창기 창업가인 허정경 매일그대와 대표는 “전국의 다양한 ‘O리단길’ 중에서도 구미 금리단길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공간으로 차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휴스턴 등에 첨단기업이 몰리는 것은 규제 완화, 세제 혜택 등의 요인도 있지만 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살기에 매력적인 도시기 때문”이라며 “내년에는 빈집을 게스트하우스로 유도해 여행객들도 머무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미=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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