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명도 안 와요” 서울시내 이동노동자 쉼터의 현실

입력 2023-12-08 11:15   수정 2023-12-08 13:26



손발이 얼어붙는 추위 속, 찬바람을 맞으며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동노동자다. 이동노동자란 배달 기사, 대리운전 기사, 퀵서비스 기사 등 일하는 장소가 정해져 있지 않고 주로 도로에서 이동하며 일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연락이 오면 바로 업무에 들어가는 직업 특성상 이동노동자들은 길 한쪽 구석, 오토바이 안장 위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서울시 중랑구에서 만난 배달 기사 A씨(40)는 일하는 동안에는 커피숍에 가는 건 어림없다고 잘라 말했다. A씨는 “커피숍에서 오래 있어야 2~30분 정도인데 매번 커피를 사 먹으면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크다”며 “이제 겨울인데 어떻게 추위를 버틸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루에 한 명 올까 말까” 텅 빈 이동노동자 쉼터
추운 겨울, 이러한 이동노동자의 보금자리가 될 쉼터가 서울시 곳곳에 마련돼 있다. 2016년 서초 쉼터를 시작으로 현재 서울시에는 총 13개의 이동노동자 쉼터가 있다.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휴서울이동노동자쉼터 5곳 △서울시로부터 지원받는 쉼터 6곳 △중랑구, 성동구의 자체 운영 쉼터 2곳이다.



쉼터에는 충전기, 안마기, 컴퓨터 및 태블릿, 각종 다과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또한 근무 중 부당행위 신고 방법 안내, 노동조합 정보 제공 등 이동노동자를 위한 제도적 안내도 돼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배달업 종사자 수는 2018년부터 꾸준히 증가 중이며 2022년 상반기에 23만 7188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이동노동자들은 쉼터를 찾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서대문 쉼터의 하루 방문자 수는 약 5명에 불과하다. 은평구의 휴서울셔틀버스노동자쉼터와 마포구의 휴서울미디어노동자쉼터 하루 방문자 수도 약 15명뿐이다. 서울시 모 쉼터에 근무하는 B 씨는 “하루에 7시간을 일하는데 많아야 한 명이 방문하고 방문자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현장 목소리 반영 못 하는 쉼터 위치와 운영시간이 문제
이동노동자 쉼터의 주된 문제점으로는 접근성이 낮다는 점이다. 현재 서울시 쉼터 13개소 중 8개소가 고층 혹은 지하에 위치해 있다. 실제 일을 하다가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기 어렵거나 이동노동자들이 원하는 장소와 동떨어진 곳에 쉼터가 세워지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 중구에서 만난 퀵서비스 기사 C씨는 “쉼터에 머무르는 시간이 보통 4~50분인데 머무르는 시간보다 이동시간이 더 길 때가 많다”고 말했다. A씨 역시 “배달이 많은 곳과 쉼터가 멀기 때문에 굳이 운전해서 쉼터를 찾아가지 않는다”며 “차라리 작게라도 여러 군데에 만들어두면 찾아가기 편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동노동자는 2km 반경 내 업무를 수행하므로 작은 규모 쉼터 설치의 필요성을 동감한다”면서도 “현실적인 재정 상황과 적절한 유휴부지를 찾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시 운영 쉼터에 드는 유지비는 연평균 약 2억 5천만 원이다.

관계자는 “서울시와 자치구에서 직접 운영하기보다 민간 부문과 협력해 접근성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쉼터의 짧은 운영 시간도 문제로 지적된다. 13개소 중 6개소가 오후 6~7시까지만 운영되고 있으며 24시간 운영하는 쉼터는 강남구 2곳뿐이다. 또한 13개소 중 10개소는 정작 배달이 많은 주말과 공휴일에 문을 닫는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재원확보와 이용수요 등을 검토해 시간대 연장을 고려 중이다. 올해 8월부터 서초쉼터의 운영시간을 2시간 연장했으며 토요일 시범운영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한 달간 이동노동자 직접 찾아가는 캠핑카 쉼터 운영
쉼터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는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찾아가는 이동노동자 쉼터’를 운영한다. 캠핑카를 개조해 이동노동자 밀집 지역을 순회하며 추위를 피할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다과와 방한용품 등을 지급한다.



이 사업은 작년 겨울에 처음 실시돼 캠핑카 3대로 약 20곳을 방문했다. 올해에는 4대로 약 30곳을 방문할 예정이다. 또한, 배달 및 퀵서비스 직종뿐만 아니라 대리운전기사도 주 이용 직종에 포함됐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노동권익센터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조은정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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