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전기차 충전이 불편? 주행거리 확대로 승부

입력 2023-12-12 07:30  


 -인프라 구축 속도 늦으면 주행거리 확장으로 해결
 -배터리 화재 안전성, 에너지밀도 향상 경쟁 치열

 누가 먼저 1회 충전에 1,000㎞를 달릴 수 있을까? 최근 전기차 업계를 뜨겁게 달구는 화두다. 인프라 확산 속도가 여의치 않다면 차라리 주행거리를 크게 늘려 충전 횟수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그 사이 충전망이 촘촘히 갖춰지면 짧은 주행거리 전기차도 투입한다. 각 나라마다 충전 인프라가 다르다는 점에서 제조사의 제품 전략 또한 동일 차종 다양한 주행거리, 다양한 가격대로 승부수를 던지는 셈이다. 

 기본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충전 인프라와 보급 확산이라는 두 가지 축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충전이 불편하면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멀어지기 마련이다. 반대로 인프라를 잘 갖추었어도 이용자가 없으면 보급 속도가 늦춰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충전 인프라와 전기차 보급 속도는 늘 톱니바퀴처럼 함께 움직이는 운명 공동체다. 

 그러나 두 가지 항목을 이상적으로 맞추는 국가는 거의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3년 글로벌 전기차 전망·충전 인프라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대수(Charging Points per EV)'는 2.0대다. 유럽(13대), 세계 평균(10대), 중국(8대)보다 충전기는 넉넉하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불편과 부족을 언급한다. 이는 충전이라는 행위가 일어나는 장소 및 충전 속도 때문이다. 

 한국전력거래소가 발간한 전기차 및 충전기 보급 이용 현황 분석(2023)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보유자의 월 평균 급속충전기 이용횟수는 31.8회에 달한다. 반면 완속 충전기는 4.8회에 그친다. 하지만 2022년 기준 전체 20만기 중 급속 비중은 10% 내외에 머문다. 이용자는 급속 충전기를 선호하지만 숫자가 많지 않아 불편함을 느낀다는 의미다. 반면 전기차 보급이 가장 활발한 중국은 정부가 구축한 공용 충전기 가운데 무려 40%가 급속이며 미국도 에너지부 산하 재생에너지국(EERE)에 따르면 급속 비중은 22%에 달한다. 부족한 충전기 숫자를 급속으로 보완하는 셈이다.  

 따라서 관건은 급속 충전기의 확대 속도다. 그러나 급속은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충전기여서 투자비를 회수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런 이유로 급속 충전 인프라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확대 역할을 수행해왔지만 그만큼 한계도 뚜렷하다. 정해진 예산 범위 내에서 설치가 이뤄지는 탓이다. 환경부가 올해 급속 충전기 설치 사업자에게 충전기 가격의 50%를 지원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민간의 사업 투자 비용 회수 기간을 줄여줘야 투자 관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걸 바라보는 전기차 제조사도 나름의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차라리 주행거리를 크게 늘려 필요한 충전 횟수를 축소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전기차 제조사는 내연기관에 익숙한 소비자의 주행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600㎞ 내외 거리를 추구해왔다. 더 늘릴 수 있지만 이때는 배터리 사용 확대에 따라 제품 가격이 함께 올라 망설였을 뿐이다. 따라서 1회 주행거리보다 ㎾h당 주행거리(㎞), 즉 전력효율 개선에 보다 치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러나 최근 배터리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에너지를 많이 담으려는 기술 개발히 활발하다. 중국의 CATL은 배터리 팩, 모터, 기타 구성 요소를 통합한 스케이트보드형
플랫폼 'CIIC(CATL Integrated Intelligent Chassis)'를 개발해 1회 충전 후 주행거리 1,000㎞ 달성을 발표했다. ㎾h당 효율만 무려 9.5㎞에 달하는데 1,000㎞ 주행에 필요한 배터리 용량은 일부 고급 승용차에 적용되는 수준인 105㎾h다. 한 마디로 소재를 바꾸지 않고 용량을 크게 늘리지 않아도 1,000㎞ 주행을 이뤄냈다는 선언이다. 이 경우 월 평균 2,000㎞를 운행하는 전기차 보유자라면 한 달에 2회만 충전하면 된다. 기온이 낮은 겨울에도 700㎞를 갈 수 있다. 

 그런가하면 토요타는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배터리 개발을 통해 1,200㎞를 내세우는 중이다. 주행거리 뿐 아니라 화재의 원천 가능성마저 제거하겠다는 의미다. 어차피 급속 인프라 확충이 빠르지 않다면 주행거리 극대화가 최선의 제품 전략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와 관련, 한국에선 최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개발한 복합계 전고체 배터리가 2026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마찬가지로 화재 없이 동일 용량에 담을 수 있는 전력량도 많아 1,000㎞ 주행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외 LG에너지솔루션도 최근 음극재 소재를 리튬메탈로 바꾸며 에너지밀도를 높여 1회 충전 900㎞ 배터리 개발을 완료했다. 물론 화재 위험성도 크게 낮춘 게 특징이다. 

 이처럼 배터리 및 전기차 제조사가 주행거리 확장에 나서는 이유는 인프라 확충과 전기차 보급 속도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소비자 관심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서다. 동일 차종의 주행거리를 최단과 중간, 그리고 최장으로 설정해 선택 폭을 넓히는 게 제조사로선 유리하기 때문이다. 인프라가 충분하면 단거리 차종을 내세우고 부족하면 장거리 제품을 앞세우는 식이다. 그렇게 해야 강화되는 배출 규제 충족은 물론 성공적인 전환을 이뤄낼 수 있다는 판단도 포함돼 있다. 자동차기업에게 전기차는 시장의 선택이 아니라 배출 규제 충족의 필수 항목으로 점차 자리잡고 있어서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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