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망퇴직금은 유족 재산…채권자도 손 못댄다"

입력 2023-12-12 18:43   수정 2023-12-13 00:23

단체협약으로 유족에게 지급한다고 정한 사망퇴직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유족의 고유재산이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고인에게 빚이 있었더라도 채권자들이 유족보다 먼저 사망퇴직금을 가져갈 수 없다고 봤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농협은행 직원 A씨의 유족이 농협은행 등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고인의 퇴직금은 유족 고유재산”이라며 “원고의 퇴직금 지급 청구와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일부 인용한 원심 판결을 수긍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12년 4월 농협은행에 근무하던 중 사망했다. 농협은행은 ‘사망으로 인한 퇴직자의 퇴직금은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바에 의해 유족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을 단체협약과 퇴직금 규정에 두고 있다. 이 규정대로면 농협은행은 약 1억원의 사망퇴직금을 A씨 유족에게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유족이 A씨가 남긴 재산의 한도 내에서 A씨의 채무를 갚고 나머지 재산을 상속받는 상속한정승인을 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사망퇴직금을 상속재산이라고 판단한 농협은행은 A씨의 사망퇴직금 절반을 채권자들에게 배분하고 나머지 금액은 그대로 보유했다. 한정승인을 받은 경우엔 상속재산을 고인의 빚을 갚는 데 쓸 수 있다.

그러자 유족은 농협은행과 채권자를 상대로 사망퇴직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걸었다. 유족은 “사망퇴직금은 고유재산이기 때문에 한정승인을 받았더라도 채무 변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주장했다.

1·2심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농협은행과 채권자들은 유족에게 사망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단체협약에서 사망퇴직금을 유족에게 지급하기로 정했다면 유족은 상속인으로서가 아니라 단체협약 규정에 따라 직접 사망퇴직금을 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사망퇴직금이 유족 고유재산이라도 퇴직급여법이 규정한 퇴직금 성격을 그대로 갖는다고 봤다. 그렇기 때문에 농협은행이 유족에게 지급하지 않은 사망퇴직금 5400만원에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연 20%의 지연손해금 이자율을 적용한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단체협약에서 사망퇴직금을 ‘근로기준법이 정한 유족’에게 지급하기로 정한 경우 사망퇴직금은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이 아니라 해당 유족의 고유재산이라는 법리를 최초로 내놓은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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