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산련, 3년간 800명 AI인재 배출...AI교육으로 '디지털 격차' 줄인다

입력 2023-12-14 08:10   수정 2023-12-14 08:12



챗GPT, 미드저니, 파이어플라이 등 생성AI가 급부상하면서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AI 기술 발달로 디지털 고도화는 이뤄지고 있으나, 오히려 디지털 격차는 점점 심화되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2021년부터 섬유패션산업 현장에 AI 기술을 융합할 인재 양성에 나섰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주도 하에 진행된 ‘AI융합형 인재양성사업 교육’은 섬유패션 산업 기술인력의 빅데이터, AI기술 활용 역량을 강화하고 밸류체인 전반에서 AI기술을 접목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특히 특정 산업과 지역에 편중되는 격차를 줄이기 위해 서울, 경기, 부산, 대구, 전북 등 전국 주요 지역에서 제직·편직, 염색·가공, 봉제, 기획 및 마케팅 등 스트림별 교육과정을 세분화해 실시했다. 올해는 지난해 과정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미지 데이터 크롤링’, ‘염색공정 최적화 설계’ 등 5개 과정을 개선했고, ‘AI 패션코디 및 추천 등 플랫폼을 활용한 디자인 기획과 예측’과 ‘섬유패션 AI 기반 품질검사를 위한 분류기법 이해 및 실습’과정을 신규로 추가했다.


섬유패션산업의 디지털 혁신 ‘AI’로 通하다
올해는 총 7개 기관을 통해 150여 기업의 섬유패션 업계 재직자들이 교육을 수료했다. 각기 다른 분야에 근무하고 있는 특성 상 교육 성과는 차이가 있으나 공통적으로 ▲ 멀게만 느껴졌던 데이터와의 친밀도 ▲ 최적화된 설계를 통한 자동화 및 품질개선 ▲ 데이터 시각화로 업무 효율성 제고 등을 주요 만족도로 꼽았다.

특히 기술 인력의 노령화가 심각한 제조 기업에서는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며, 데이터 관리와 분석이 결국 기업의 핵심 경쟁력임을 확인했다. 또 소비자 중심의 브랜딩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패션 및 이커머스 기업들도 ‘데이터를 읽으면 소비자가 보인다’라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강수산 터미널즈 대표는 “회사 내부 데이터를 명확하게 파악함으로써 구매했던 소비자의 인사이트를 쉽게 도출할 수 있었고, 소비자와 같이 세상을 이해해 나가는 관점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라고 평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인적자원실 임정호 과장은 “타산업에 비해 AI 활용이 다소 취약한 섬유패션 재직자를 위해 With코딩 뿐만 아니라 No코딩, Low코딩의 AI플랫폼을 활용한 교육으로 장벽을 낮추고 방문형 컨설팅 교육, 실무형 프로젝트를 강화했다. 대표가 먼저 수강한 후 전직원에게 강의 참여를 추천하는 곳도 있었다. AI기술을 접목해 섬유패션 밸류체인의 디지털 혁신을 이루리라 생각한다” 라고 말했다.
Chapter 1 _ 이커머스 전략의 고도화

■ 피비알, 미래지향적인 패션테크 회사로 도약
여성 온라인 쇼핑몰 ‘리얼코코’를 운영하는 ㈜피비알(대표 김정훈)은 AI를 활용한 제품 배치, 클릭량과 실제 구매량 분석를 통한 자동 제품 배치 등 테크 기술 적용에 선도적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진 내부 데이터에 한정된 분석이었고, 외부 데이터와의 통합 분석 및 제한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번 AI 교육은 피비알이 디지털 강자로 거듭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피비알은 김정훈 대표와 자사몰 개발자가 교육받은 후 마케팅기획팀 전원이 동참할 만큼 가장 적극적이었다. 'Power BI 활용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 '머신러닝 활용 고객/상품/매출 데이터 고급분석 및 예측', '패션코디 추천서비스를 위한 이미지 데이터 크롤링', 'AI 패션코디 및 추천 등 플랫폼을 활용한 디자인 기획과 예측' 등 데이터 분석부터 트렌드 예측, 디자인 기획까지 빅데이터 관련 교육을 수료했다.

김정훈 피비알 대표는 “디지털 광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디지털 마케팅 고도화 전략은 필수가 됐다. 이번 교육으로 마케팅 변곡점이라는 적시성을 맞추기 위한 시간 제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내부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를 통합해 고도화할 수 있는 솔루션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AI 교육에 참여했던 최정원 팀장은 “보고서 자동화로 시간을 단축했고,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프로모션별 실적을 전년과 동시 비교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보다 집중해야 할 마케팅 포인트만 선택 실행할 수 있기에 비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피비알은 이번 AI 교육을 수강하며 시범 사례로 ‘데이터 서버 및 분석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동시 진행했다. 또 산학 연계 프로그램으로 동서대학교 패션디자인과와 ‘데이터 기반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대부분 온라인 쇼핑몰들은 WAS(카페24 등 웹 어플리케이션 서버)에서 기본으로 제공되는 데이터만 활용할 수 있으나, ‘데이터 서버 및 분석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내-외부 결합된 데이터를 통합해 고도화시키고 자체적으로 프런트-엔드 화면을 제작할 수 있어 외부 개발업체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를 얻었다.

동서대학교 패션디자인 김형숙 교수는 “학생들이 데이터 기반 디자인을 진행하며 시각화된 보고서로 내용을 공유받아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 스스로도 ‘시각화 데이터 분석’의 역량이 중요함을 경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피비알은 향후 정량적인 지표를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 상품 기획, 플랫폼 확장 전략에 대한 솔루션을 상품화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패션 테크회사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 터미널즈, 데이터를 알면 고객이 보인다
라운지 웨어 ‘오끼뜨’를 전개하는 ㈜터미널즈(대표 강오성, 강수산)는 이번 AI 교육이 규모가 작은 디자이너 브랜드에겐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POWER BI 활용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 '패션코디 추천서비스를 위한 이미지 데이터 크롤링', 'AI패션코디 및 추천 등 플랫폼 활용한 디자인 기획과 예측'까지 3개 강의를 수료했다.

강수산 터미널즈 대표는 “고객 중심의 브랜드를 운영해야 한다고 하는데 막상 ‘고객’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이번 교육을 통해 산재되어 있는 데이터와 세일즈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우리의 고객이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며 “AI 기술은 고객을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상품을 디자인할 수 있는 길라잡이 역할을 해줬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데이터 시각화는 직원들의 의사 결정 과정을 훨씬 용이하게 했다. 단편적인 내부 시각지표나 엑셀의 숫자 데이터가 아닌 연간, 월간, 일간, 아이템별, 소재별 지표 분석을 통해 결정의 오류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브랜드 검색과 노출이 핵심인 이커머스 생태계에서 어떤 키워드로 브랜드 제품을 홍보해야 하는지 등 세세한 전략을 습득할 수 있었다.

강 대표는 “패션은 감성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교육을 통해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을 알 수 있었고, 향후 제조, 마케팅, 세일즈까지 모든 단계를 분석해 명확한 지표를 통한 감성을 전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 최영현 우리옷, ‘AI는 이커머스 생태계로 인도자’
‘이 스커트 이름 좀 지어줘!’, ‘스커트 상세 페이지 만들어야 하는데, 요즘 잘 나가는 브랜드 상세 페이지 스타일은 어떤 거야?’

“이제 머리 쥐나는 일은 없어질 것 같아요. 개인 디자이너 브랜드 경영자들에게 브랜드 마케팅은 혼자 소화하기 너무 힘든 영역이었는데, 이제 챗GPT 활용법을 배우고 나서 조금은 자신이 생긴 것 같아요”

가우리 최영현우리옷(대표 최영현)을 운영하고 있는 최영현 대표는 들뜬 목소리로 한참을 자랑했다.

최영현 대표는 이번 교육 과정 중에서 'AI패션코디 및 추천 등 플랫폼을 활용한 디자인 기획과 예측' 교육을 수료했다. 그 동안 궁중복식, 전통한복, 신한복, 한복 장신구 등을 판매하다가 대중적인 아이템을 개발, 판매하기 위해 한복 스타일을 접목한 양면 허리 랩스커트를 개발했다.

맞춤 제작 중심에서 대중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이커머스 판매를 추진했는데, 브랜드 제품 상세 페이지를 만드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최 대표는 이번 교육을 받은 후 트렌드 분석을 통한 디자인 개발, 아이템 가격 책정, 상세페이지 콘텐츠 개발 등을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향후에는 개인 맞춤형 가상 디자인 개발까지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나이가 들면서 노하우는 쌓였으나, 이커머스나 IT 기술과는 점점 멀어져가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해 디지털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Chapter 2 _ 스마트 제조의 혁신, AI가 돕는다

■ 새한염공, 기술 인력 노령화… 인공지능이 R&D를 돕다
니트원단 염색 가공 전문기업인 ㈜새한염공(대표 한수철)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AI융합형 교육에 참여했다. 교육 인원도 연구개발, 생산부, 생산관리 등 각각의 부서에서 5명의 인원이 교육받았다.

'AI기술 활용 염색공정의 최적화 설계' 교육을 받은 새한염공은 이번 교육을 통해 완벽한 자동화 공정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한 발 다가섰다고 평가했다. 이미 30~40% 정도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한 새한염공은 작업자들의 불필요한 수고를 덜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AI 기술 접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새한염공은 기술인력의 노령화와 지리적인 약점으로 인해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때문에 고기술자들의 노하우나 경험치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업무 표준화를 시키고 스마트 공정을 구축하는데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염색공정 중 ERP와 MES를 통해 생성되는 데이터에 AI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최적화된 생산 조건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호선 새한염공 부장은 “앞으로 소재 기업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은 고품질, 고부가가치 소재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R&D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하고 더불어 데이터 관리, 에너지 관리의 중요성도 인지해야 한다. AI 기술 활용이 필요한 포인트다”라고 말했다.

■ 우성염직, 현장 밀착형 교육으로 실행과 혁신에 포커스
㈜우성염직(대표 구홍림)은 1994년 염색 공정 자동화 및 사무공정 자동화를 완료했을 만큼 섬유 제조 부문에서 혁신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AI 교육 참여 역시 기존 구축되어 있는 시스템을 더 나은 미래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다.

우성염직은 이번 교육이 데이터의 수집과 함께 ‘연결’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AI기술활용 염색공정의 최적화 설계' 1, 2차 교육을 통해 AI 기술을 활용해 실제 염색 업무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염색팀, 생산부, 날염, 전산팀, 부설연구소 각 부서 직원들이 참여해 회사에서 운영되고 있는 ERP, MES 시스템에 대한 기본 이해를 쌓고, 여기에 AI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는데 집중했다.

우성염직은 이번 교육을 통해 염색 생산 공정, 데이터 관리, 품질 혁신 등의 개별적인 움직임에서 ‘AI’라는 기술을 활용해 파이프 라인을 구축한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고 강조했다. 완벽한 자동화 공정시스템 구축으로 컬러품질 제고, 에너지 사용 체크, 생산비 감소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용광중 연구소 소장은 “이번 교육 이후 염색 결과 피드백을 통한 조건값을 점검함으로써 업무의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었다. 현재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발전방향을 준비함에 있어 데이터라는 중요한 좌표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Chapter 3 _ AI를 통한 발상의 전환 ‘新시장 개척’

■ 이포어, 신기술 접목한 사업 아이디어 개발
㈜이포어(대표 심홍섭)는 청정수용 카트리지 필터 등 고기능 필터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이다. 바이 콤보 필터, 고유량 필터 등 기능성 제품이 이포어의 핵심 경쟁력이다. 이포어의 김지현 박사는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신제품 개발 및 제조 공정에서 AI 기술의 발전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정보를 습득하고자 이번 교육에 참여했다.

김지현 박사는 “AI를 이용한 산업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습득해 연구 기술 직무와 영업,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했다. 제조 공정뿐만 아니라 제품의 재고 관리, 원자재를 구입할 때 최적의 시기와 물량을 결정함에 있어서도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이포어는 교육과정에서 배운 AI 기술을 회사 운영에 바로 적용했다. 수출 기업인 이포어는 외국 바이어와 통화가 많은데 외국인 전화 응대 멘트를 AI 기술을 적용해 개발했다. 음성 AI를 활용에 이어 향후에는 콘텐츠 개발에도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나경, 자원순환에 대한 신선한 발견
㈜나경(대표 차윤근)은 국내 블라인드 원단 No.1 브랜드 ‘애니윈’을 전개하고 있는 섬유 소재 기업이다. 1995년 설립 이후 2017년 대통령 표창과 ‘대구시 스타기업 100’에 선정될 만큼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AI 교육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시야의 확장이었다. 섬유 소재 산업에서 AI 기술에 대한 활용 방법을 터득하고 이를 자사 시스템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생산 공정의 하드웨어에서의 보완점, 소프트웨어의 고도화를 위한 AI 기술 솔루션 등을 배우고자 했다.

나경의 블라인드 소재는 완제품에서 불량이 발견되었을 경우 버려야 하는 원단량이 만만치 않다. 때문에 가공 단계에서부터 제품의 오류를 잡아내야 하는 것이 중요한데, 향후 AI 기술이 상당부분 이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최근 섬유 업계 화제가 되고 있는 ‘자원순환’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직물 분해·설계 시스템 활용 직물 빅데이터 구축과 AI 활용 조직분해 설계 과정’을 교육받으면서 AI기술을 활용해 섬유 직물의 분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을 알게 됐고, 장기적으로 이를 활용해 블라인드 소재의 자원 순환에 대한 해법도 찾아 나설 방침이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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