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미국에서 나오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은 이름과 달리 안정성이 적다(lack stability)"고 지적했다.이 총재는 이날 서울 당주동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IMF가 공동 주최 국제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연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USDT, USDC 등 스테이블코인이 확산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스템 불안정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름과 달리 불안정한 코인이어서다. 특히 페이팔이 발행한 PYUSD의 경우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한다면 한국에도 큰 도전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국가간 자본 이동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통화정책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기보다 민간과 경쟁하며 기술·제도적으로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며 한은이 추진하고 있는 기관용 CBDC 파일럿 테스트를 소개했다. 한은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내년 중 일반인들이 직접 쓸 수 있는 예금토큰 발행을 비롯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기관용 CBDC를 발행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의 CBDC를 기반으로 한 별도의 스테이블코인이 다수 발행될 경우 통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마치 중앙은행이 보증하는 화폐로 여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CBDC에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참여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고민이 된다"고도 했다.
이 총재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답은 아직 잘 모른다"면서도 "디지털 통화 인프라는 책상에 앉아서 하는 연구로는 충분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은행, 비은행, 일반 기업, 일반인, 젊은 사람, 나이 든 사람, 규제 당국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느 제도를 손봐야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부딪혀보면서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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