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원장추천제 개선에 저항하는 판사들, 재판은 열심히 했나

입력 2023-12-15 17:35  

조희대 대법원장이 어제 취임 후 첫 전국법원장회의를 열고 사법부 최대 현안인 재판 지연 해소 방안 찾기에 나섰다. 재판 지연에는 판사 부족 등 다른 원인도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9년 도입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각 법원 소속 판사들이 투표를 통해 법원장 후보 1~3명을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이 중 한 명을 임명하는 게 법원장 추천제다. 사법행정의 민주성을 강화한다는 게 도입 취지였지만 실제로는 인기 투표로 전락해 법원장이 될 만한 수석판사들이 후배 판사들 눈치를 보느라 재판이 지연돼도 쓴소리를 못 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김명수 사법부의 재판 지연은 심각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1년이 넘도록 선고하지 않은 민사 1심 사건은 2017년 3만339건에서 2022년 5만3084건으로, 민사 2심은 3667건에서 9225건으로 폭증했다. 1년 초과 형사 1심도 2017년 7836건에서 2022년 1만5563건으로 뛰었다. 재판의 선택적 지연도 심했다.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판은 1심 선고까지 3년2개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3년10개월이 걸렸다.

‘신속한 재판’은 헌법이 보장한 국민 권리다. 민사소송법은 5개월 내 1심 판결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재판 지연이 갈수록 심해져 국민 고통이 커지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원장 추천제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 이유다. 그런데도 일부 판사가 법원 내부망에 글을 올려 추천제로 재판 지연이 초래된 게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한다. ‘김명수 체제’의 단맛에 익숙해진 판사들이 개혁의 첫발을 떼기도 전에 저항부터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도 하다. 단기간에 심각해진 재판 지연을 법관 부족, 사건의 복잡성만으로 설명할 수 있나. 후보추천제 도입 전과 다름없이 열심히 재판을 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나. 저항보다는 개선책 마련에 힘을 보태는 게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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