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포드車를 베낀 나치와 소련의 '반쪽짜리' 성공

입력 2023-12-15 18:40   수정 2023-12-16 00:34

포드자동차는 20세기 최고의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과학적 관리 기법과 컨베이어 벨트를 결합한 ‘포드주의’는 자동차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며 지구촌 전체의 생활 양식을 바꿔놨다.

<글로벌 포드주의 총력전>은 미국 제조업의 성장 신화를 견인한 포드주의가 세계로 확산한 과정을 분석한 책이다. 책을 쓴 스테판 링크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는 포드 조립라인이 있던 1930년대 디트로이트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제조업이 쇠퇴한 지금은 옛 명성을 잃었지만, 당시에는 저자가 ‘20세기의 수도’라고 표현할 정도로 산업의 중심지였다. 나치 독일의 폭스바겐, 소련의 가즈 등 이념적으로 미국 반대편에 있던 나라들도 포드를 앞다퉈 모방했다.

나치는 폭스바겐을 세우고 ‘국민차’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미국 기업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면서도 자본 통제를 활용하는 양면 전술을 펼쳤다. 이들 기업이 독일에서 남긴 이익을 본국으로 송환하지 못하게 하면서 수익을 독일 공장에 재투자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렇게 독일은 1936년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3위의 자동차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문제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독일은 미국처럼 방대한 영토와 풍부한 천연자원, 그리고 대량 생산된 상품을 소비할 수 있는 인구가 없었다. 수출을 통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면 좋겠지만 세계 진출에 제약이 많았던 독일에는 한계가 있었다.

소련에서도 포드주의 토착화는 순탄치 않았다. 저자는 독일에 비해 극단적으로 외국 기업을 배제한 지도부의 결정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소련은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보다 외국의 선진 시설을 사들여 직접 운영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자 자원을 국가가 할당하는 계획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불거졌다. 경쟁이 없으니 혁신이 있을 리 있나. 저자는 “강철과 기계 설비, 원자재 공급이 지연된다는 임원진의 한탄이 회계 보고서를 가득 채웠다”고 말한다.

결국 나치와 소련의 포드주의가 ‘반쪽짜리 성공’에 그쳤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성장은 언제나 국가 간 관계에서 나온다”며 “세계 경제 구조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단지 한 국가의 틀 안에서 이해한다면 결코 성장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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