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객 돈으로 채권 손실 돌려막기…증권사들 엄중 문책해야

입력 2023-12-18 17:56   수정 2023-12-19 06:55

증권사들이 특정 법인 고객에게 미리 약속한 수익률을 맞춰주기 위해 이른바 ‘채권 돌려막기’로 수천억원 규모의 손실을 다른 고객에게 전가했다는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만기가 임박한 고객 계좌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 계좌에 들어 있는 기업어음(CP)을 다른 증권사에 비싸게 팔아 수익을 맞추고, 대신 아직 만기가 남은 다른 고객 계좌에서 상대 증권사의 CP를 비싸게 되사주는 방식 등을 동원했다. 대형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업계가 암묵적으로 벌여온 짬짜미 거래가 드러난 것이다. 비정상적인 가격의 거래를 통해 고객에게 손해를 전가한 행위는 업무상 배임은 물론 자본시장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거래 행위가 ‘불가피한 관행이었다’는 업계 반응도 놀랍다. 수익률 지상주의에 매몰된 증권업계의 ‘도덕 불감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감사, 리스크 관리 등 내부 어느 곳도 이런 위법 행위를 거르지 못한 것은 전사적 내부통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심각한 문제다.

금융당국은 조사 대상이 된 9개 증권사의 일임형 자산관리 상품인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 외에 다른 증권사와 상품으로 범위를 넓혀 실태를 명백히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밝혀야 한다. 금감원은 해당 증권사 운용역 30여 명을 수사기관에 통보했는데,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게도 합당한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이번에 재차 드러난 증권사의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은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터진 지 3년이 다 됐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올해만 해도 주가 조작,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계약 위조 등이 터져 나왔다. 금감원에 따르면 증권사의 금융사고 발생 건수는 2019~2022년 한 해 평균 7.8건에서 올해 14건으로 늘었고, 사고 금액은 143억원 규모에서 올해 688억원으로 급증했다. 건수와 금액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이다. 사고 원인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며 면피에 급급할 일이 아니다. 이참에 준법감시인이나 감사, CRO(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를 넘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책임 아래 주요 위험을 점검·예방할 수 있는 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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