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애니메이션 빼면 시체"…한국에 완전히 밀린 이유가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3-12-19 07:16   수정 2023-12-20 05:17



K드라마에 역전 당한 日드라마 "한국 배우자"①에서 계속
일본이 "이제는 한국 드라마를 배우자"며 개최한 제16회 아시안 TV드라마 컨퍼런스(ATDC)는 일본 드라마 제작자와 작가들의 성토장이었다.



TV드라마와 영화 산업에서 한국에 역전됐다지만 일본은 세계 3대 콘텐츠 시장이다. 2021년 시장규모가 2082억달러(약 273조원)에 달한다. 한국은 6위로 선전하고 있지만 내수시장이 작은 한계에 부딪혀 있다. 하지만 콘텐츠 경쟁력만 놓고 보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2021년 한국의 콘텐츠 수출 규모는 125억달러로 일본을 넘어섰다.



일본도 영상 콘텐츠 수출을 늘리고 있다. 2021년은 655.6억엔(약 5928억원)으로 7년새 4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전체 수출의 89%를 애니메이션이 차지하고 있다. 드라마 비중은 5.7%에 불과하다. '애니메이션을 제외한 일본의 콘텐츠 산업이 한 물 갔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2021년 일본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톱 10 가운데 8개가 한국 드라마이고, 최근까지도 새로 방영되는 한국 드라마가 상위권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일본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이유이기도 하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한국과 일본의 드라마가 역전된 원인은 통계를 통해서도 가감없이 드러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을 계기로 드라마 제작편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한일 두 나라 모두 마찬가지다. 2003년 150편이었던 일본의 드라마 제작편수는 올해 현재까지 296편 제작됐다. 한국 역시 2016년 57편이었던 제작편수가 올해는 114편으로 늘었다.



차이는 늘어나는 제작편수에 맞게 투자가 이뤄졌느냐에서 벌어졌다. 한국의 주요 시청시간대 드라마 제작비는 편당 평균 1억엔(약 9억원) 안팎이다. 대작 드라마는 편당 3억엔에 달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반면 일본의 드라마는 주요 시청시간대라도 편당 5000만~6000만엔, 작심하고 만든 대작이라도 1억엔 수준이다.



한국은 스튜디오 드래곤 같은 드라마 전문 제작사가 시장을 주도하는 반면 일본은 여전히 방송국이 제작을 주도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는게 도쿄타워를 제작한 미나모토 다카시 감독,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의 작가 노기 아키코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한국은 전문 제작사가 기획 단계부터 전세계 시청자를 염두에 두고, TV 뿐 아니라 OTT 스트리밍을 감안해 드라마를 만든다. 단순 제작 뿐 아니라 드라마 연관 음원과 상품 판매까지 기획한다. 투자규모도 당연히 세계적인 수준으로 늘어난다.



반면 일본은 여전히 방송국 계열 드라마 제작사가 방송국의 예산과 입맛에 맞춰 드라마를 만드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나모토 다카시 감독은 "과거 일본에는 로드무비가 많았는데 효율성 측면에서 대부분 사라졌다. 밖에서 촬영을 하면 날씨 등의 영향을 받게 마련이고 그렇게 촬영이 지연되면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다들 기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제작진도 일하는 방식 개혁('일본판 주 52시간 근무제도')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NHK는 촬영 도중에 근무시간 상한에 도달한 스텝들이 교대를 한다. 인건비가 늘어나는 만큼 예산이 더 들 수 밖에 없다.

제작편수는 두 배로 늘었는데 비용 절감의 압박을 받는 방송국은 제작비를 계속 줄이니 결과는 뻔하다. 편당 제작시간이 줄어들면서 뻔한 수준의 드라마를 대량 생산하는 구조로 전락한 것이다. 노기 아키코 작가는 "일본 시청자들이 '일본 드라마는 재미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고독한 미식가, 와카코와 술과 같은 '먹방'이 대세로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지 않아도 적은 제작비를 다시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여서 만들려다보니 등장한 일본 드라마의 특수한 형태"라고 노기 작가는 설명했다. K드라마에 역전 당한 日드라마 "한국 배우자"③으로 이어집니다.

이시카와 나나오=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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