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난리난 '이색 카페' 한국 상륙…"아가씨, 어서오세요" [여기잇슈]

입력 2023-12-19 20:00   수정 2023-12-19 21:05


"어서 오십시오. 아가씨, 도련님."

일본 원조 이색카페인 '집사(butler) 카페'가 국내에 상륙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집사 카페는 2006년 도쿄 이케부쿠로역 인근에 처음 생겨나 자리 잡기 시작한 '테마형 카페'다. 집사가 주인을 섬기는 콘셉트로, 입장객을 '아가씨', '도련님'이라고 칭한다. 국내 첫 집사 카페는 이달 '가오픈'을 하자마자 한 달 치 예약이 대부분 마감되는가 하면, 젊은 20~30대 여성 고객의 관심을 이끌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된 소개 영상은 18일 기준 조회수 17만4000회를 달성했다.

해당 집사 카페의 개업 소식에 "기대된다"는 반응이 나온 한편, 일부 부정적 평가도 나왔다. 앞서 올해 초 하녀가 주인을 섬기는 콘셉트의 일본식 '메이드(Maid) 카페'가 서울에 문을 연 뒤, 일각에서 '여성을 성 상품화하는 일본식 문화가 국내에 반입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특정 성별을 타깃으로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공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 등 지적이 나온 것이다.

갑론을박이 나오는 상황에서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문을 연 'L' 집사 카페를 직접 방문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턱시도를 차려입은 집사(직원)들이 손님을 향해 "돌아오셨습니까. 아가씨"라고 맞이했다. 카페는 고전풍의 인테리어와 고풍스러운 가구들, 식기류 등이 즐비해 있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귀족의 영애처럼 에프터눈티(오후에 마시는 차)를 마시고, 디저트를 먹었다. 집사들은 "아가씨, 도련님은 찻잔보다 무거운 것을 절대 혼자서 들면 안 된다"는 주요 철칙을 안내했다. 매장 콘셉트에 따라 손님들은 '사장님', '저기요'를 하지 않고, 테이블에 구비된 벨을 울려 집사를 불렀다.

이 카페의 대표 노은혁(가명) 대표는 "모든 사람이 태어나 '왕자님', '공주님'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는데, 나이를 먹고 사회에 나와 낭만을 잃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며 "하루만큼은 '사연 있는 사람들'이 아가씨, 도련님이 돼서 존중받고, 대접받는 존재가 되는 등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면서 가게를 오픈한 이유를 설명했다.

카페 내 집사들은 모두 20대로 보이는 남성들이었다. 집사로 손님을 맞기에 앞서 사전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 대표는 "일종의 테마파크라고 보면 된다"며 "재미있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카페는 100%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입장료는 1만원, 에프터눈티세트는 1만8000원에 달해 일반적인 카페와 비교해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었다. 노 대표는 "방문객들이 가격 보다 서비스에 집중해 찾는 것 같다"며 "현재 방문객은 주로 20~30대 여성 고객이다. 혼자 오는 손님도 여럿이고, 2~3명 팀 단위로도 많이 예약하는데, 하루에 총 30~40팀이 찾는다"고 전했다.

연남동에는 현재 집사 카페를 포함해 메이드 카페 등 '일본식 테마형 이색카페' 총 6곳이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이곳에 처음으로 메이드 카페가 들어서자, 여성 종업원의 메이드 복장을 보고 "퇴폐업소 느낌을 연출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당시 메이드 카페 측은 유흥접객 행위 등 불법 행위와 동의를 구하지 않은 사진 촬영 등은 금지돼있다며,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 성범죄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 점차 일본식 이색카페가 하나둘 자리 잡는 것과 관련,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토마토그룹 여론조사 앱(애플리케이션) 서치통이 국민 4208명(남녀 무관)을 대상으로 같은 달 22일부터 24일까지 온라인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0.6%가 메이드 카페에 반대했다. 이유로는 '처음에는 건전하게 운영되더라도 나중에 변질할 가능성이 있다(32.6%)'가 1위로 꼽혔다. 이어 '미성년자에게 잘못된 성 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27.1%)', '남성 위주 카페라는 잘못된 인식이 생길 수 있다(25.2%)' 순이었다.

반면 찬성도 49.4%였다. 찬성 이유로는 '인근 상권 활성화(39.1%)'가 가장 많았다. '시장의 다양성(39%)', '이색 카페라는 새로운 문화(14.9%)'가 뒤를 이었다.

연남동 주민 박모 씨(31)는 "일본 여행 중 여러 이색 카페를 봤는데, 아무래도 한국은 아직 그런 문화들이 주류로 자리 잡고 있지 않아서 부정적 시선이 있는 것 같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이색 체험을 하는 공간으로 여기면 호기심에 갈 법 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30일에는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한 20대 남성이 자신이 메이드 카페의 VVIP라며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싶다"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남성은 "한국에 일본 서브컬처(일본 애니메이션풍) 문화라고 메이드 카페, 지하 아이돌 문화가 있다"며 "인식이 안 좋아 절 안 좋게 보는 분들이 많다. 이를 개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방송인 서장훈은 "우리나라에서 그게 이미지 개선이 되겠냐. 어떤 사람이 그걸 적극 지지하겠냐"고 반박했다.

한편 일본풍 이색 카페 등 인기가 늘어나는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젊은 층의 일본 제품과 문화에 대한 긍정적 감정이 늘어나고 있는 영향도 있다고 봤다. 지난 2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 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20·30세대 626명을 대상으로 '한일관계 인식'을 조사한 결과, 긍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이 42.3%,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17.4%로 긍정이 부정보다 2.4배 높았다.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10점 만점에 5.7점으로 평균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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