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 국가 안보와 직결"…US스틸 매각 저지 나선 美의회

입력 2023-12-20 12:31   수정 2023-12-2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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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무산시키려는 태세다. 미 산업화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이 타국에 넘어가면 국가 안보와 제조업 기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의회에서 주장하고 있는 초당적 견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J D 밴스(오하이오), 조시 홀리(미주리) 등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3명은 이날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 보낸 서한에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이번 인수 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재무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CFIUS는 외국 기업의 자국 기업 인수?합병(M&A)이 국가 안보에 위협적이라 판단할 경우 매각을 저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들은 이번 매각 거래가 “주주들의 돈벌이에만 집중한 채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칠 영향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의원들은 특히 인수 주체인 일본제철에 대해 “분명히 타국에 충성하면서, 미국과의 역사에 심각한 결함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고 표현했다. 과거 미국에 파이프 등 자사 철강 제품을 덤핑 판매했다는 이유로 미 철강업계로부터 제소된 적이 있는 회사라는 점에서다. 의원들은 “철강 생산은 미국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라며 “(CFIUS에 의한) 안보 중심의 심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집권당에서도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조 맨친(웨스트버지니아), 밥 케이시(펜실베이니아), 존 페터먼(펜실베이니아), 셰러드 브라운(오하이오) 등 최소 4명의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이번 인수 건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사를 공식화했다. 상원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소속 딕 더빈도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M&A와 관련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한때 글로벌 생산 흐름을 주도하던 US스틸은 수년간 감산을 지속해 왔다”고 지적했다.



페터먼 의원은 US스틸 공장을 배경으로 촬영한 영상에서 “US스틸이 외국 기업에 자신을 팔아넘겼다는 사실은 매우 터무니없다”며 “이번 인수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내년 재선을 노리고 있는 페터먼과 케이시는 US스틸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를 대표하고 있다.

이들은 이 지역 출신인 하원의원인 크리스 델루지오, 썸머 리와 함께 공동명의의 서한을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사장 앞으로 보냈다. 의원들은 양사가 인수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거쳤어야만 하는 US스틸 노조와의 협의 절차를 생략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서한에 적었다. “US스틸이 노동자 수천 명과 맺은 근로 계약에 명시돼 있는 의무 사항을 알고 있는지, 그리고 이번 인수가 미 펜실베이니아주 노동자들과 산업 기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해 달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US스틸 노조는 이번 연수?합병(M&A)이 노사 합의를 위반한 것이며, 감독 당국과 함께 이에 대한 검토에 나섰다는 입장을 밝혔다. 데이비드 맥콜 노조위원장은 “규제 당국은 이번 인수가 미국 안보와 근로자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절차는 규제 당국 심사와 US스틸 주주총회 승인 등을 거쳐 내년 2~3분기쯤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US스틸 매각 건이 “수십 년 만에 나온 노조친화적 대통령이자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의 챔피언을 자처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적 딜레마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재선하기 위해선 US스틸 공장이 있는 펜실베이니아주, 미시간주 등에서 이겨야 한다. 이들 주가 속해 있는 ‘러스트 벨트’(rust belt?과거 호황의 중심지였으나 제조업 사양화로 쇠락한 공업지대)는 직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US스틸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규제 검토 대상이 될 수는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 제조업 육성에 철강 노동자들이 기여해 왔다는 점을 지지하고 있으며, 노조의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믿는다”면서도 “기업 간 경쟁이 소비자 부담을 낮추고 임금을 올리는 데 긍정적이라는 점도 매우 중요하게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 뉴욕증시에서 US스틸 주가는 전일보다 2.4% 하락한 48.38달러로 마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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