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불황 한파에도 기부금은 안 줄인 K기업

입력 2023-12-22 17:39   수정 2023-12-23 02:30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이달 초부터 모은 ‘희망나눔캠페인’ 모금액은 22일 기준 2629억원이다. 그중 70.7%인 1860억원을 기업이 냈다. 삼성(500억원), 현대자동차(350억원), SK·LG(각 120억원) 등 4대 그룹은 물론 포스코 GS 한화 HD현대 한진 두산 KB금융 하나금융 등 알 만한 그룹은 모두 동참했다.

올해 현대차와 KB금융그룹은 전년보다 기부금을 각각 100억원 늘렸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 기부 캠페인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75.6%)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연말 기부뿐 아니라 연간 전체 모금액에서도 마찬가지다. 2018년 총모금액(5965억원) 가운데 법인 비중은 65.7%였고, 2022년엔 68.5%로 증가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경영 환경이 열악해지고, 실적이 꺾인 상황에서도 기부액을 줄이지 않았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3조원에서 올해 7조원으로 줄어들 전망이지만 기부금을 깎지 않았다. SK그룹 역시 긴축 경영으로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기부금은 변함이 없었다. 개인의 기부 문화 확산도 중요하지만, 전체 기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의 온정이 없으면 캠페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막판까지 기부 액수와 전달 방법을 놓고 여론의 눈치를 본다.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이익을 보면 기부금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비딱한 시선 때문이다. 이들은 ‘기부에 인색하다’ ‘마지못해서 한다’는 색안경을 낀 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참모습은 바라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기업들이 선뜻 내놓는 수십~수백억원의 기부금은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기업뿐 아니다. 수십억원을 기부한 한 남자 연예인에 대해 명품 시계를 차고 다닌다며 온라인상에서 욕설을 퍼붓는 네티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1년에 버는 소득 중 얼마를 기부하는지 되레 묻고 싶다. 10대 그룹의 한 사회공헌(CSR) 담당자는 “연말이면 다른 그룹에 얼마를 기부할지 물어보느라 분주하다”며 “재계 순위를 고려해 금액을 정하려는 점도 있지만, 이보다는 기부 규모를 놓고 따지는 일부 시선 때문”이라고 말했다.

‘쌀 500마지기는 일신학당(현 진주여고)에 의연금으로 내고, 7000원은 궁핍한 자를 돕는 의연금으로 내놓는다.’ 허만정 GS 창업주의 아버지인 허준 선생이 유언으로 남긴 ‘허씨의장비’에 적힌 내용이다. 한국 기업인의 기부 역사는 뿌리가 깊다. 결코 억지로 내는 돈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들이 선대의 유지를 이어받아 기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따뜻한 격려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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