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이 세수 감소에도 예산을 늘릴 수 있는 비결은 지난 몇 년간 쌓아둔 기금이다. 회계상 쓰고 남은 돈(순세계잉여금)이나 연도마다 들쭉날쭉한 세입을 보정하기 위해 남겨둔 돈(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에서 꺼내쓰기로 한 것이다.
채권을 찍어 자금을 마련하기로 한 곳도 여럿이다. 서울시는 1조6908억원, 인천시는 2605억원 규모 지방채를 내년에 발행할 계획이다. 충청북도(1383억원)는 12년 만에, 전라북도(310억원)는 11년 만에 지방채 발행을 결정했다. 지방채는 쉬운 재원 마련 수단이지만 무한정 찍을 수는 없다. 광주시의회는 내년에 2400억원의 지방채 발행을 결정한 광주시의 채무비율이 주의(예산 및 기금 대비 부채비율 25%)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에게 약속해 둔 복지비가 급격히 늘어나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국비에서 상당 부분 보조를 받지만, 지자체도 그만큼 매칭 형태로 예산을 써야 한다. 예컨대 강원도는 내년 예산이 7조5862억원인데 이 중 복지비가 2조4296억원으로 32.0%를 차지한다. 저출산 대응 6228억원, 노인복지 서비스 9518억원, 장애인 서비스 1938억원 순으로 비중이 높다.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으로 복지사업 건수도 크게 늘었다. 지자체의 연도별 사회복지 지출 건수(사업 수)는 2016년 6만1149건에서 지난해 9만82건, 올 들어 이날까지 9만2497건으로 증가했다.
세수가 급격히 증가한 지난 10여 년간 지자체들이 앞다퉈 단체장 이름을 딴 ‘OOO표 복지 사업’을 많이 만든 것도 문제다. 대표적인 예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만든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사업이다. 경기연구원조차 ‘효과가 작다’고 평가했지만 성남시와 의정부시 이외 나머지 29곳의 기초지자체는 사업을 유지하기로 했다. 경기도의 한 기초지자체 예산과장은 “복지사업을 없애면 지자체장에게 바로 화살이 날아온다”고 했다.
한 광역지자체의 기획조정실장은 “장기적으로 지자체 예산에서 복지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며 “쌓아둔 기금이 소진되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을 줄이는 것 외엔 허리띠를 졸라맬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상은/김대훈/최해련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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