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새해 CEO에 부치는 찰리 멍거의 희망찬 부음

입력 2023-12-31 17:19   수정 2024-01-01 00:03


오늘이 우리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무슨 일을 하고 무슨 말을 남길까?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문명의 근간을 뒤흔든 진화론을 제창한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생의 마지막까지 의식을 잃지 않은 채 이렇게 말했다. “나는 죽음 앞에서 일말의 두려움도 갖고 있지 않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의 단짝 찰리 멍거 벅셔해서웨이 부회장이 한 달 전 사망했다. 그의 나이 99세의 일이다. 별세 전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200파운드(약 100㎏)짜리 참치를 잡아보고 싶다.”

젊었을 때 200파운드짜리 아주 큰 참치를 잡아 본 적이 없는 그의 소원은 그저 희망이었을까? 그의 도전 정신에 박수를 치고 싶다. 사실 그는 이런 희망을 피력했으니 죽음 앞에서 비움을 아는 인물이라고 하겠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포기하는 게 생기기 마련이다. 이제는 기회가 찾아오더라도 참치를 잡으러 가진 않을 것 같다.”

멍거는 낚시의 첫 번째 규칙은 물고기가 있는 곳에서 낚시하는 것이라 했다. 두 번째 규칙은 첫 번째 규칙을 절대 잊지 않는 것이라 했다. 버핏과 그는 물고기가 있는 곳에서 낚시를 항상 잘해왔다. 생각해보니 그의 단짝 버핏에게도 삶, 투자, 사업의 일관된 철학이 있다. 첫 번째 규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고 두 번째 규칙은 첫 번째 규칙을 잊지 않는 것이었다. 멍거와 버핏은 어떤 물건을 가치보다 훨씬 더 낮은 가격으로 사면 돈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 인물이다. 그들에 의하면 투자매니저로서 중요한 자질은 지적인 게 아니라 기질적인 부분이다. 엄청난 IQ가 필요한 게 아니라 안정적 성격이 필요하다고 그들은 보았다.

다국적 금융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서비스 회사인 스트라이프 공동 창업자이자 독서광으로도 유명한 존 콜리슨이 생전에 멍거와 한 마지막 인터뷰가 화제다. 멍거의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을 찾아가 진행한 이야기에서 새해 경영인에게 주는 메시지를 생각해본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업에 접근하려면 자신감이 필요하다. 사업의 질적 측면에서는 훌륭한 사업인지가 사업의 영역과 거기에 속한 기업 수보다 중요하다. 사업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지를 점검해야 한다. 손익 계산서가 아주 비슷한 두 기업도 지속가능성 차원에서는 크게 차이 난다. 사업이나 조직 운영과 관련한 실제 세계는 몹시 어수선하다. 기존 종교를 고수하면 멍청이가 될 뿐이다. 성공하려면 자신이 피해야 할 어리석음의 유형을 최대한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버핏처럼 IQ보다는 멍청이가 되지 않으려는 기질을 중시하며 기민하게 움직이는 게 사업가의 덕목으로 평가한 것이다. 나아가 학문 간 경계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핵심 개념을 배우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며 편견을 멀리했다. 지속가능성이란 말을 생각하며 그의 핵심에 다가서 본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대형 브랜드는 지난 100년보다 앞으로 더 큰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경영자는 한때 적합한 투자 대상으로 여겨 영원할 것 같았지만 사라진 기업의 역사를 이해해야 기업 소멸 위험을 피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지불 가격을 계속해서 높여도 훌륭함이 훼손되지 않는 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한대의 가치가 있는 투자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기술 변화로 새로운 기업이 번영하고 난공불락처럼 보인 기업이 실패하기도 한다.

200파운드짜리 참치는 그의 죽음 앞에서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자기 능력의 한계를 모른 채 모든 것을 잘 안다고 착각해 파멸에 이르는 사업가의 무모함을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건축가는 고객의 사업과 실질적인 니즈가 무엇인지를 파악한 뒤 이를 현명하게 충족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봤다. 자신만의 고유한 예술적 취향이나 3차원적 관점은 예술가에게 필요하지 경영인의 미덕이 아니라는 말이다. 고객은 원하는 음식을 얻어야 한다. 매점에서 일하는 직원은 급여를 제대로 받아야 한다. 주주도 당연히 이득을 보는 기업이어야 한다. 그런 방식으로 운영하더라도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사업을 항상 점검하는 것이 불황을 이기는 길이 아닐까? 새해 첫날 죽음이야말로 생존을 위한 가장 큰 버팀목이자 모든 발명의 근원이라는 생각을 그의 부음 앞에 부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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