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치료비가 무려 29억? 41억?…턱없이 비싼 '유전자 치료제' 왜

입력 2023-12-31 17:20   수정 2024-01-08 16:30

“인류가 달에 처음 발을 디딘 것에 비견할 만한 사건이다.”

세계 첫 번째 유전자편집 치료제 ‘카스게비’가 지난달 초 미국에서 승인받자 국내 한 저명한 과학자는 이같이 말했습니다. 유전병을 치료하기 위해 인간이 스스로 유전자를 고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 약은 흑인 500명당 1명꼴로 생기는 겸형(낫 모양) 적혈구 빈혈증 치료제입니다. 같은 날 유전자 치료제 ‘리프제니아’도 승인받았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턱없이 비쌉니다. 카스게비는 29억원, 리프제니아는 무려 41억원입니다. 이런 거액을 내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업계 분위기는 다릅니다. 카스게비는 보험 적용이 가능할 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죠. 카스게비보다 더 비싸 보험 적용이 어려울 거라던 리프제니아도 미국 대형 보험사와 합의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카스게비 같은 유전자 치료제는 왜 이렇게 비싼 걸까요. 또 이렇게 비싼데 보험을 적용하더라도 재정이 바닥나지는 않을까요. 먼저 카스게비와 리프제니아는 자가 세포치료제입니다. 살아있는 세포로 만드는데 환자 자신의 것을 사용해야 합니다. 환자 골수에서 채취한 조혈모세포의 유전자를 교정하거나 치료용 유전자를 추가해 만듭니다. 리프제니아는 치료용 유전자를 집어넣기 위해 고가의 바이러스를 쓰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한 달 가까이 입원해 있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환자 한 명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 인프라가 많이 듭니다.

유전자 치료제에 비싼 값이 매겨진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환자가 죽기 전까지 쓰는 병원 비용을 합산하면 생각보다 큰돈이 듭니다.

약가를 감시하는 민간기구(ICER) 조사에 따르면 미국 공공보험 메디케어는 겸형 적혈구 빈혈증을 앓는 환자에게 연간 29억8000만달러를 지출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입원 환자가 많을수록 의료비 지출이 늘어납니다. 환자들은 연평균 네 번 정도 혈관이 막히는 혈관폐색(VOC) 증세가 왔고 이때마다 입원했습니다. 평균 병원비는 5762달러였습니다. 그러다 뇌에 혈관이 막히는 뇌졸중이 오면 6만달러 넘는 비용이 발생했습니다. 심장마비도 비용이 비슷합니다.

임상 결과를 보면 두 유전자 치료제는 입원 중대 사유인 혈관폐색을 거의 없애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선 이 값비싼 치료제들이 더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제거해주는 셈이지요. 입원 걱정이 사라지니 환자 삶의 질이 개선됩니다. 제조사 측은 환자의 기대수명 증가와 함께 병 때문에 제한됐던 직업 선택 폭이 넓어지는 점도 약가에 반영했다고 밝혔습니다. 그간 겸형 적혈구 빈혈증 환자의 평균 수명은 50세 내외였습니다.

업계는 미국에서 유전자 치료제 신약으로 치료받는 환자가 연간 400명 이하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때 보험이 감당해야 할 연간 비용은 8000만달러 이하가 됩니다. 그간 이 병을 앓는 환자들을 위해 지출하던 비용의 3%가 채 안 됩니다. 한 번 유전자 치료를 받은 환자는 병원에 갈 일도 거의 없습니다.

고가 항암제 CAR-T 치료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억원이 드는데도 제약사 측은 말기가 아닌 암 환자도 CAR-T 치료를 받을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싸더라도 한 번의 치료로 병을 낫게 하는 게 장기간으로 볼 때 더 경제적이라는 논리입니다. 이런 이유로 고가 신약일수록 비용경제성과 비용효용성을 고려해 약가를 책정합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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