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최대 무역흑자국, 21년 만에 美로 교체

입력 2024-01-02 00:53   수정 2024-01-02 00:54

“부아앙.”

지난달 29일 경기 평택항에 있는 기아 선적 부두. 차들이 엔진 소리가 날 정도로 가속해 달리다 커다란 배 앞에 일렬종대로 멈춰 섰다. 수출 선박에 차를 빨리 실을 수 있도록 하역사들이 목적지·차종별로 주차하는 모습이다. 차창엔 ‘메이드 인 코리아’ 딱지가 선명했다. 여기서 수출되는 차량은 하루평균 2400여 대, 수출 지역은 147개국에 달한다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수출입 동향’을 보면 수출은 완연한 회복세다.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5.1% 증가한 576억6000만달러였다. 지난해 10월 증가세로 전환한 데 이어 3개월째 ‘플러스’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 수출 호조는 자동차가 이끌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전기차 등 고부가가치 차량의 인기에 힘입어 전년 대비 31.1% 증가한 708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2022년 기록한 종전 최고치인 541억달러를 1년 만에 경신했다. 북미에서 조립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도 한국 자동차 업체들이 예외적으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상용 리스 채널을 통해 판매량을 늘린 영향이 컸다.

또 IRA에 대응해 북미에 진출한 2차전지 업체들이 현지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양극재 등 2차전지 소재 수출도 급증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부품을 포함한 자동차 관련 수출액은 총 938억30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986억3000만달러)보다 불과 48억달러 적은 수준이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대부분 부진했지만 11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서며 3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를 뒷받침했다. 11월엔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12.9%였고 12월엔 21.8%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선 건 지난해 4분기 들어 감산 효과와 수요 회복에 힘입어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를 탄 덕분이다.

지난해 대미(對美) 무역흑자는 445억달러를 기록하며 미국이 21년 만에 한국의 최대 무역흑자국으로 부상했다. 대중 무역수지는 3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미·중 갈등과 중국의 경기 둔화, 산업구조 변화로 한국의 ‘무역 지도’가 바뀐 것이다. 대중 무역적자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이다. 산업부는 “중국 경기 둔화로 대중 수출 감소가 이어진 반면 미국은 자동차, 2차전지 수출 호조에 힘입어 큰 폭으로 (수출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중국으로의 수출은 1248억달러로 전년 대비 19.9% 감소했지만 미국으로의 수출은 5.4% 늘어난 1157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의 수출 비중은 중국 19.7%, 미국 18.3%로 차이는 1.4%포인트에 그쳤다. 2003년 이후 가장 작은 차이다. 작년 12월만 보면 대미 수출은 113억달러로 109억달러에 그친 대중 수출을 추월했다. 월간 기준으로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앞선 것은 2003년 6월 이후 20여 년 만이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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