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벼른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방안'…문제는 없을까 [돈앤톡]

입력 2024-01-05 15:59   수정 2024-01-05 16:01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방안'을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경쟁력 제고 대상이 ETF인지 공모펀드인지 모호하다는 지적입니다.

ETF와 공모펀드는 서로 경쟁자이지만 불가분의 관계이기도 합니다. ETF라는 게, 공모펀드의 일종인 인덱스펀드를 증시에 상장시킨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장에서 ETF는 나날이 존재감을 키운 것에 비해 공모펀드 수요가 줄면서 시장이 쪼그라들었습니다. 죽어가는 공모펀드 살리자고 직접투자 신드롬을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겠죠.

고민 끝에 당국이 찾은 답은 시너지입니다. 좋은 펀드 상품이 보다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증시에 데뷔시키는 한편, 상관계수 요건을 없애 ETF 시장에도 숨통을 틔워주기로 한 겁니다.
공모펀드, ETF처럼 상장…"좋은 펀드 증시 데뷔시키기"
당국이 '다 같이 살리기 위해' 고민한 흔적을 여기 저기 남겼기 때문일까요. 운용사는 일단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방안에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각사 실무자들에게 물어보니 ETF에 주력한 대형 운용사든 전통 공모펀드 운용사든 많은 회사들이 이번 개선안을 적절한 '당근'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이번 개선안의 핵심은 공모펀드를 ETF 형태로 상장할 수 있게끔 한 것입니다. 공모펀드는 가입과 환매 절차·기간이 일반 주식보다 복잡하고 긴 데다 거래 편의성과 환금성도 뒤떨어집니다. 그렇다고 꼭 수익률이 좋은 것만도 아닌데, 수익 여부와 상관없이 높은 보수를 줘야 했던 점도 투자자들의 반감을 샀습니다. 때문에 '펀드를 잘못 골랐다가 손실 보느니 차라리 시장 지수만큼의 성과라도 얻겠다'는 생각이 퍼지게 됐죠. 당국도 투자자들 생각이 쉽게 변하진 않을 것이라 판단했나 봅니다.

그래서 당국은 공모펀드를 되살리기 위해 오히려 펀드 정체성을 깨는 전략을 골랐습니다. 간접투자 수단으로서 펀드의 한계를 인정하고 펀드 또한 상장 거래될 수 있도록 ETF화하기로 한 것이죠.


당국은 이 상품들에 한해 '지수 연동' 요건을 없애는 혜택을 주기로 했습니다. 현행 자본시장법 제234조에선 ETF가 특정 지수에 연동해 운용되도록 의무화하고 있거든요. 이게 현실화하면 시장지수에 얽매이지 않는, 때문에 상관계수 운용 규제도 받지 않게 되는 '액티브 ETF'가 새롭게 등장하게 됩니다. 상관계수란 해당 상품이 시장지수 성과를 얼만큼 잘 복제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시장지수 연동 의무가 사라지면 당연히 상관계수도 의미를 잃게 되죠. 이런 '상관계수 없는 액티브 ETF'들은 내년 법제화되는데요. 그 전까지는 금융당국 특례 제도인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제한적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좋은 펀드임에도 주목받지 못하던 상품들을 주류인 ETF 시장으로 끌어올 수 있게 됐습니다. 매매차익 중심의 ETF보다는 전문가의 손에 운용을 맡기는 것을 선호하는 이들도 많았을텐데요. 앞으로는 판매수수료 절감·거래 편의 등 ETF의 장점을 취할 수 있습니다.
'액티브 ETF' 족쇄 상관계수 드디어 폐지…"운용 자율성이 고수익률만은 아닌데"
같은 맥락에서 '공모펀드의 상장 거래 추진'은 ETF 시장 활성화 방안이기도 합니다. 상관계수 규제를 없애 말 그대로 액티브한 ETF를 낼 길을 터줬기 때문입니다.

상관계수 제거는 운용사들의 숙원 중 하나였습니다. 그간 액티브 ETF는 상관계수 요건 때문에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와의 차별성이 그닥 크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이에 당국은 운용사들이 원한다면 기존 액티브 ETF뿐 아니라 앞으로 나올 상품들도 아예 상관계수 규제를 받지 않는 것으로 바꿔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액티브 ETF에 적용해 온 0.7 규제를 폐지한다는 선언이어서 운용사들 간 훨씬 다양한 상품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펀드매니저'로 불리는 운용역들로선 자유를 얻었으니 나쁠 게 없습니다. 하지만 당국이 놓친 게 하나 있다면 '투자자 피해 가능성'입니다. '운용 자율성'이 무작정 '고수익률'만을 의미하진 않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어느 운용역이 시장의 흐름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도록 액티브 ETF 종목들을 꾸렸다고 가정해 볼게요. 아주 달콤한 수익을 올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운이 나쁘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도 있습니다.



금융당국에서도 이러한 우려를 알고 있습니다. 고영호 금융위 자산운용과장도 "투자자 수요는 성과를 내는 곳에 있다"며 "(업계가 바란대로 길을 터줬으니) 액티브 ETF가 패시브(시장) ETF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상관계수 완화가 아닌 폐지를 결정한 당국의 결정에 아쉬움을 표한 목소리도 나옵니다. 운용사 한 임원은 "DLF나 라임 사태 등으로 펀드 시장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며 "상관계수 규제를 둔 해외 사례는 드물지만 그렇다고 아예 폐지는 너무 극단적인 결정"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각국의 투자 정서가 따로 있는 것이고, 운용역들을 옥죌 정도가 아니라면 일정 부분 시장을 따라가는 상관계수 규제는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제도 개선 초창기인 만큼 이런 우려는 노파심이 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액티브 ETF들만 봐도 시장과 크게 벗어나려는 운용역들은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작년 6월 말 기준 국내 주식형 액티브 ETF(상장 이후 1년 미만 제외)들의 평균 상관계수는 0.92입니다. 기준치가 0.7이었음에도 운용역들은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시장을 따라가고 있는 셈입니다.

한편 시장의 시선은 '1호 상장 공모펀드' 타이틀을 어느 곳이 쥐게 될지로 모아집니다. 국내 운용사들 가운데 수탁고 3000억원 이상의 주식형 공모펀드를 운용 중인 곳들이 타깃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국은 금융규제 샌드박스란 제도를 통해 복수의 1호 기업들을 뽑을 예정입니다. '마라톤' 펀드로 유명한 신영자산운용부터 양대운용사 삼성·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중대형사가 참전할 전망입니다. 3위인 KB운용도 김영성 대표가 "앞으로는 ETF와 공모펀드를 동시에 출시해 시너지를 도모하겠다"며 선점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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