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로 세계는 보조금 경쟁…배터리 버려질 수 있다" [미국경제학회 2024]

입력 2024-01-07 14:13   수정 2024-01-10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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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경제학회에선 신냉전으로 인해 글로벌 무역과 산업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라 나왔다. '두 개의 전쟁'으로 세계는 세 개의 진영으로 나뉘어 공급망 충격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와함께 각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조금 전쟁이 격화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도미니크 살바토레 포드햄대 교수는 6일(현지시간) '미국경제학회 2024 연례총회'(ASSA)의 '삼극화 세계에서 무역과 성장'이라는 세션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세계무역은 경제 성장률과 비슷한 규모로 둔화하기 시작했다"며 "세계 무역은 분열되고 무역 시스템은 삼극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미국과 동맹국이 한 그룹을 이루고 브라질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등이 비동맹그룹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이란, 파키스탄 등을 나머지 중국 동맹그룹으로 정의했다.

살바토레 교수는 "중국은 브릭스(BRICS)를 주요 7개국(G7)의 라이벌로 만들기 위해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며 "이미 23개국이 브릭스 가입 의사를 밝힐 정도로 세계는 분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역이 성장을 견인하지 못하는 위험한 시대를 보게 될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국에 비해 단기간 우위를 보일 수 있지만 세계 성장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세계가 분열하는 것은 미국에도 위험한 게임"이라며 "영국 몰락으로 한 세기만에 파운드화가 달러화로 대체된 것처럼 미국이 이를 바로 잡지 못한다면 중장기적으로 달러 위상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세션에서 펠레그리노 맨프라 뉴욕시립대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맨프라 교수는 "사우디가 브릭스에 합류한 것이 지난해 아주 흥미로운 점 중 하나였다"며 "브릭스 국가들이 전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년 만에 15%에서 30%로 증가해 45% 정도인 G7을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맨프라 교수는 "미국이 앞으로 닥칠 위기를 가볍게 생각해선 안된다"며 "대공황 이후 대부분의 금융위기가 미국에서 시작됐다"며 "미국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달러 가치 약화로 인해 금융시장에 혼란이 올 가능성을 늘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런 다이넌 하버드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았듯 공급망에 또다른 충격이 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 역시 "지정학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지정학적 리스크는 공급망에 영향에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니스 에벌리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회복과 위험한 성장'이라는 세션에서 "코로나19 이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두개의 전쟁이 펼쳐지는 등 심각한 위험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이 각자도생하기 위해 보조금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마이클 린드 텍사스대 교수는 전날 '친환경 에너지와 경제를 향한 미국의 산업정책과 함의'라는 세션에서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을 늘리자 중국과 유럽이 보조금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린드 교수는 "보조금을 받는 배터리와 풍력 발전 관련 부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것은 창고보다 더 차가운 시장에 버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IRA의 문제를 정면 비판했다. 린드 교수는 "IRA의 문제는 목표와 방법이 불일치하고 목표가 서로 모순된다"며 "지구에 기후변화라는 소행성이 떨어지는데 중국과 러시아의 미사일은 배제하고 미국과 그 동맹국에서 만든 로켓만 소행성에 쏘겠다고 말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과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약속에 비해 IRA의 결과는 미흡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평화와 안보를 위한 경제학자모임'(EPS)의 공동 의장인 데이비드 콜트 NGP 에너지캐피탈 파트너는 "정부 정책이 영구적으로 지속되려면 기업들이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터리 생산에 30%의 비용이 더 드는 배터리 공장이 40%의 보조금을 받는다면 당장 배터리 판매를 할 수 있겠지만 산업적으로 지속가능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정부 보조금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을 키웠지만 2013년에 보조금이 중단된 뒤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10위권으로 밀려난 독일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린드 교수는 "미국은 경제성이 없는 제품과 서비스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며 "미국의 정책은 일자리 창출, 국가 안보, 기후 변화라는 공동의 우선순위를 고려하고 있지만 기후 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일부 목표가 기후 변화 목표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샌안토니오=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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