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브릭스 확대가 주는 의미

입력 2024-01-07 17:42   수정 2024-01-08 00:11

새해 벽두 들려온 해외 뉴스 중 주목할 것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프리카·중동 5개국의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경제국) 가입 공식화다. 지난해 8월 남아공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예고됐지만, 최근 사우디의 거침없는 국제 행보와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을 놓고 볼 때 느낌은 또 다르다. 2005년 정부의 브릭스 관련 정책연구를 총괄한 필자가 갖는 소회는 더 착잡하다.

세계화가 한창이던 2001년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영토와 시장이 큰 미래국가들로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을 묶어 ‘브릭스’라고 불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2006년 이들 4개국은 협의체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간 글로벌 금융위기와 지정학적 변화의 조류를 타고넘어 이젠 세계질서 개편을 지향하고 나선 것이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브릭스가 미국 사회의 분열과 세계 지도력 상실을 틈타 과거 냉전시대 제3세계라고 불렸고 오늘날 동·서 어느 진영에도 가담하지 않으려는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를 흡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브릭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확립된 세계금융 체제, 즉 브레턴우즈 체제와 달러화 매개 금본위제에 뿌리를 둔 주요 7개국(G7) 중심의 세계질서 운영에 반대한다. 이들은 달러화의 독보적인 기축통화 지위를 거부하고 서방 주도가 아니라 다극 체제 확립에 공감대를 갖고 있다. 특히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유럽에 준 과도한 지분을 신흥국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2014년에는 세계은행에 대항해 중국 상하이에 신개발은행(NDB)을 설립했고, 회원국 간 통화스와프 협정을 통해 국제통화기금(IMF)과 달러화에 대한 의존을 회피하고 있다.

사실 이런 명분 뒤에는 주도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현실적 필요가 반영돼 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당한 것처럼 언제든 서방으로부터 금융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어 이를 우회할 방안으로써 비달러화 결제망과 금융거래 대체 시스템이 절실했다. 마찬가지로 비회원국 입장에서 볼 때 권위주의 국가일수록 미국의 ‘달러 무기화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브릭스 참여는 매력적일 수 있다. 물론 참여국 중 브라질, 인도, 남아공은 민주정치 질서를 유지하고 대미 관계도 중시하지만, 미·중 대결 구도에서 각자 실리를 챙기는 나라들이다.

2010년 남아공에 이어 올해 사우디,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에티오피아가 추가돼 10개국이 된 브릭스는 총인구 35억 명(세계 인구의 45%), 국내총생산(GDP) 합계 28조달러(세계 경제의 28%)의 거대 집합체다. 명목 GDP 기준으로는 G7의 44조달러에 미치지 못하지만, 브릭스에는 고성장 국가가 포진해 언제든 G7을 넘어설 기세다. 구매력평가 기준 GDP에서는 이미 2020년 G7을 추월했다. 또한 브릭스는 세계 원유 생산의 44%를 담당하고 있다. 올해 의장국을 맡은 러시아는 브릭스 가입 신청국이 30개국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비선진경제권 수출 비중은 냉전시대이던 1980년대 후반에는 3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1998년을 기점으로 선진경제권을 넘어선 만큼 브릭스의 부상은 우리 경제에 크나큰 의미를 준다. 대책은 우리의 입지가 좁아지지 않도록 협력 저변을 넓히는 것이다. 한국은 동맹국과의 결속, 세계 경제 변화의 핵심 기술인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선두 대열 유지가 지상과제임이 틀림없지만 세계 경제 성장엔진인 중견국 및 개도국을 향한 공공외교와 산업기술·금융·개발 협력 강화 노력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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