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지분은 안 내놓은 태영…채권단 "반쪽짜리"

입력 2024-01-08 01:20   수정 2024-01-08 01:21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개시를 놓고 금융당국과 줄다리기를 해온 태영그룹이 ‘반쪽짜리 항복안’을 내놨다. 태영건설 지원에 직접 투입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의 연대채무 해소에 쓴 890억원을 즉시 마련해 납입하겠다고 확약했다. 대통령실과 국무총리까지 압박에 나서자 일단 머리를 숙이고 나온 셈이다. 다만 채권단이 추가로 요구한 지주사 지분 담보 제공과 최소 5000억원 이상의 운영 자금 확보 등에 대한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태영, 추가 자구안은 제시 안 해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이날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기존에 제시한 자구안을 모두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태영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직접 만나 정상화 방안을 충분히 이행하겠다는 의사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전액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계열사 에코비트와 블루원 매각,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도 자구안에 넣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태영건설 매각대금 가운데 890억원을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의 연대채무 해소에 쓴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에 따른 비판 여론이 제기되자 태영은 꼬리를 내렸다. 기존에 약속한 대로 890억원을 8일 오전까지 납입하기로 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을 통해 윤세영 창업회장의 아들 윤석민 회장(416억원)과 티와이홀딩스(1133억원)가 마련한 금액(1549억원) 중 티와이홀딩스의 연대채무 해소에 쓴 돈이다. 딸 윤재연 블루원 대표가 확보한 513억원은 직접 출연하지 않고 납입 대금을 마련하는 데 간접 지원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정부와 채권단의 압박이 거세지자 태영 측이 한발짝 물러선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데드라인(지난 주말)까지 못 박고 자구안 확약 및 추가 대안을 내놓으라는 ‘최후통첩’을 했다.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는 “경영책임은 경영자가 져야 하는 것”이라며 “경영자가 자기의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 지원하기 어렵다”며 총공세에 나섰다.

태영 측은 한발 물러섰지만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요구해 온 추가 자구책은 내놓지 않았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윤석민 회장 등 오너 일가의 티와이홀딩스 지분(33.7%)도 담보로 내놔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채권단은 오너 일가가 지주사와 SBS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태영건설 부도를 감수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주사에 대한 담보권을 실행해 언제든 경영권을 박탈할 수 있어야 약속을 지키지 않겠느냐”고 했다.

채권단은 태영 측이 2차 협의회 예정일(4월 11일)까지 태영건설이 버틸 수 있는 운영 자금도 내놔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작년 매출(2조5000억원)의 20%인 5000억원가량을 현금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다.
정부 ‘플랜B’ 논의
금융당국 수장 회의체인 ‘F(Finance)4 회의’는 8일 오전 태영이 제시한 기존 자구책 확약안을 검토하고 워크아웃 개시 여부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란 평가다. 태영 측이 지주사 지분 담보 제공 및 추가적인 사재 출연 계획을 밝히지 않은 만큼 줄다리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채권단 관계자는 “태영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만큼 신뢰 회복을 위해선 추가 비용을 충분히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오는 11일 제1차 채권단협의회를 열고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정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에 대비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등 ‘플랜B’ 검토에도 들어갔다.

최한종/박종관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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