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개가 아니라서…김웅의 '이유 있는' 말말말

입력 2024-01-12 08:01   수정 2024-01-12 08:08


'차장은 잘 몰랐겠지만 검사는 개가 아니라서'

2018년 출간돼 드라마로까지 제작됐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저서 <검사내전>에 있는 한 챕터 제목이다. 술자리에서 발생한 차장 검사의 '후배 동원 내기'를 거부하고 묵묵히 야근을 하는 장면에서 나온 이야기다.

"각자의 부하직원들을 호출해 어느 쪽이 더 많이 나오는지를 내기한 것이다. 부르기만 하면 달려오는 것을 바랄 거면 개를 기르면 된다. …나는 계속 사무실에 남아 일을 했다. 차장은 잘 몰랐겠지만 검사는 개가 아니다."

이같은 김 의원의 '처세' 방식은 정치권에 입문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9일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할 때까지 정치권에서는 쓴소리를 하는 아웃사이더로 자리메김해왔다.

특히 정권교체로 여당이 된 2022년부터는 더욱 적극적으로 당내 주류 및 대통령실과 각을 세웠다. '초선 의원들이 권력 눈치만 본다'는 비판을 들어온 국민의힘에서 그의 행보는 더욱 튈 수 밖에 없었다.

SNS 등으로 적극적으로 발언해온 그의 말들을 모아봤다.
윤 정부 초기부터 시작된 '쓴소리'
▶2022년 11월
"문재인 정권이 한 짓은 대부분 그르다. 그래서 우리는 따라 해서는 안 된다"

"전문건설공제조합에는 '요정님(이은재 전 의원)'이 내려가셨고, 첩첩산중 경사노위에는 30년 전에 노동운동 하신 분(김문수 전 경기지사)이 내려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 등에 대한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이를 비판하며)

▶2022년 12월
“음주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면 도로교통법 위반이고 음주 상태에서 건설기계를 조종하면 건설기계관리법 위반이다.

건설기계관리법위반 사례를 들어 음주 운전을 하면 안 된다고 하자, 자동차는 건설기계가 아니므로 음주 운전을 해도 된다고 반박하는 꼴이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임박한 당 대표 선출 방식과 관련해 '당원 투표 100%가 낫지 않나’라고 발언했다. 당 안팎에서 "대통령의 경선 개입"이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권성동 의원은 "당내 경선과 당 대표 경선은 다르다"며 대통령의 발언을 정당화했다.
이에 김 의원은 “법 개정 연혁이나 정당법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고비마다 다른 목소리
▶2023년 2월
"일주일 만에 이완용이 의혈단원이 될 수 있나."

"무엇보다 우리 당의 의혈 초선 50명이 뭐라고 했나. 나경원은 '묵과할 수 없는 위선이며 대한민국에서 추방돼야 할 정치적 사기행위'를 저지른 자이며, '대통령의 뜻을 왜곡하고 동료들을 간신으로 매도하며 갈등을 조장하는 자'라면서 집단으로 성명서까지 발표하지 않았나"

(임박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경원 전 의원의 집을 찾아가 러브콜을 한 김기현 전 대표를 비판하며. 김 대표는 불과 한달 전에는 나 전 의원의 출마를 저지하기 위해 당내 세력을 동원했지만, 이때는 나 전 의원의 지지를 얻기 위해 "민주당 정권의 폭거를 저지하기 위해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꿋꿋이 싸워온 나 대표님"이라고 치켜세웠다.
김 의원은 초선이지만 여당내 대부분의 초선이 동참한 '나경원 출마 저지 연판장'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2023년 6월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을 때 부자를 악마화하고 계층과 직역을 구분하여 갈라치기 하는 것은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하는 짓"

"고액 연봉은 극히 일부 강사들에 해당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그것은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에 따른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다. 우리의 교육 문제는 일부 강사들이 큰돈을 벌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고, 그들이 부유하기 때문에 우리가 가난한 것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 카르텔을 비판하자 여권에서 학원 강사들의 고액연봉 자체를 비판하기 시작한 것에 반발하며.)
한동훈, 인요한에도 쓴소리
▶2023년 11월
"윤핵관이 발호하게 된 것은 당정 간의 수직관계 때문이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를 애써 외면하면 그건 혁신이 아니라 간신"

"정작 고쳐야 할 부분을 못 고치면서 괜찮다고만 우기면 그게 안아키(약 안 쓰고 아기 키우기)와 뭐가 다른가. 그게 진짜 마음이 아픈 사람 아닌가. 이제 그만 두시는 것이 유일한 혁신인 것 같다"

(인요한 당시 혁신위원장이 수직적 당정관계 해소와 관련해 "대통령은 나라님"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인터뷰에 대해. 당시 인 위원장은 '의사로서 이번에는 당을 고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는데, 김 의원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아키'와 같다고 비꼬았다.)

▶2023년 12월
“얼마 전에 북한에서 김주애를 ‘샛별 여장군’이라고 했는데, 오늘 우리 당에서 새로운 김주애를 올리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올리기 위한 자리 같은데 깽판 치러 (발언대에) 나왔다”

“우리 당의 문제는 용산 2중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아바타'를 비대위원장에 앉힐 경우 내년 총선 승리는 어렵다"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에 추대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하며)
김웅, 여기서 끝날까
이같은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한 당내 평가는 엇갈렸다. 주류인 친윤을 중심으론 "싸가지가 없다" "그렇게 잘났나"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다른 이들이 쉽게 할 수 없는 말을 해줬다"는 말도 나왔다.

다만 서울 시내에서는 여당이 상대적으로 해볼만하다는 송파갑에 공천을 받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왔다. 돌이켜보면 합당한 말이지만, 대통령실과 친윤이 불편했을 쓴소리 하나 하나가 쌓인 결과일 것이다.

<검사내전>에는 담당 검사장의 고향 방문에 끌려갔다 행사 취지에 어울리는 아부성과 정반대의 말을 뱉고는, 홀로 행사장을 떠나 강가를 바라보는 '검사 김웅'의 모습이 묘사된다. 애초에 주류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김 의원의 캐릭터와 '항공모함 다섯 대가 교행할 정도'의 차이가 있었는지 모른다.

어쨌든 검사장의 행사를 '깽판' 치고도 김 의원은 한동안 검사 생활을 지속했고, 많은 이들이 희망하는 금뱃지도 달았다. 김 의원의 정치 여정이 여기서 마무리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할 것 같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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