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소중한 유산, 한국의 기업가정신

입력 2024-01-10 17:54   수정 2024-01-11 00:03

인류의 역사는 곧 기업가정신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크로드를 오간 무명의 상인부터, 아이폰을 출시해 모바일 혁명을 일으킨 스티브 잡스에 이르기까지 세계 경제를 번영시키고 인류에게 풍요와 행복을 안겨준 근원은 기업인의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이었다.

한국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1953년 67달러에서 2022년 3만2886달러로 490배 이상 늘었다. 한국이 경제 규모(GDP·국내총생산) 세계 13위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것은 국민들의 잘살아 보려는 의지와 더불어 혁신과 창의의 기업가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병철, 정주영, 김우중 회장과 같은 기업인들의 도전 의지와 역발상은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대표하는 사례다. 이런 한국인 특유의 기업가정신이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같은 주력 산업을 키워냈고 제조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과거 주로 산업보국(産業報國)의 영역에서 발휘되던 기업가정신은 이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지역 상생 같은 사회적 가치 창출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기업가정신이 쇠퇴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반(反)기업 정서가 기업인의 사기를 꺾고 있다. 반기업 정서에 기반한, 기업인의 처벌을 쉽게 하거나 부담을 크게 하는 법·제도도 기업인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모호한 규정과 과도한 형벌 기준으로 기업인에게 엄격한 처벌을 내릴 수 있게 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최고세율 60%에 이르는 높은 세 부담으로 인해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아예 기업을 매각하게 하는 상속세제 같은 것이 그러한 사례들이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30~40대 젊은 벤처·스타트업 창업자들조차 가혹한 상속세제가 기업가정신을 약화한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인의 ‘기업하려는 의지’를 후퇴시킬 수 있는 각종 입법이 총선을 앞두고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높아 우려스럽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급속한 기술 진보가 다양한 신산업을 태동하고, 이를 성장 기반으로 또 다른 기술혁신을 낳으며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또한 오늘날은 탄소중립, 경제 안보 같은 글로벌 아젠다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생존력과 국가 경쟁력이 결정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렇게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한국 경제를 더욱 성장시키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규제혁신같이 ‘기업하려는 의지’를 북돋우는 제도적 지원은 더욱 강화하되, 글로벌 스탠더드를 넘어서는 새로운 규제 입법은 되도록 자제해야 한다.

또한 취약한 조세 경쟁력을 강화해 투자 유인을 높이고 경영 영속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사회에 진출한 청년과 기업인들이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재도전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청소년들이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기업가정신 교육도 한층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는 ‘한국의 다음번 S자 곡선(Korea’s Next S-Curve)’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선제적 구조 개편, 기술 중심 신산업 전환, 핵심 인재 양성 등 과제들을 잘 수행해낸다면 2040년 1인당 GDP 7만달러의 세계 7대 경제 대국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목표는 기업인들의 열정과 높은 도전정신이 없다면 결코 이뤄낼 수 없다. 한국 경제가 다시 한번 비상할 수 있도록 소중한 유산인 창의와 혁신의 기업가정신을 계승·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모두가 노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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