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이민으로 '인구절벽' 해결될까

입력 2024-01-11 17:48   수정 2024-01-12 00:13

이민을 대하는 세계 각국의 여론은 다양하고, 때로는 상반된다. 대다수 선진국이 저출산·고령화에 신음하는 상황에서 인구 절벽을 극복하는 해법으로 적극적으로 이민자를 수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반(反)이민 여론도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민자가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 같은 혐오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초안보다 이민 문턱을 높인 자국 법 개정안을 두고 ‘필요한 방패’라고 했다.
이민 둘러싼 복잡한 속내
국가 생존에 이민은 필수인가, 선택인가. 그 답은 간단하지 않다. 인도 출신 이민자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경영자(CEO)에까지 오른 사티아 나델라 같은 고급 인재의 유입은 환영하지만, 자국의 경제·사회에 부담이 되는 난민 유입은 꺼리는 모습이 뚜렷하다. 자국의 경제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알짜 인재’만 골라서 받고 싶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추진 중인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비자 개정안이 대표적인 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기업가가 자신을 ‘셀프 스폰서’로 삼아 H-1B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안을 지난해 10월 내놨다. 지금까진 기업을 스폰서로 확보한 근로자만 H-1B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이 현실화하면 유망한 기업 창업자의 비자 취득이 수월해지고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국인이 기술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사례가 많은 실리콘밸리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도 있는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인공지능(AI),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비자 발급 등의 절차를 간소화할 것을 지시했다.
인정·존중이 선결돼야
하지만 미국의 사례를 다른 나라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이민 신청자가 넘쳐나 ‘골라서’ 받을 수 있는 나라는 극소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에 따르면 2022년 OECD 국가들로 신규 유입된 이민자(영주권 취득 기준) 수는 610만 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보다 14% 늘었다. 하지만 한국은 2019년 대비 2022년 영주권 취득 이민자 수가 줄어든 몇 안 되는 OECD 회원국이었다. 감소 폭이 21%로 일본(-29%), 체코(-27%)의 뒤를 이었다.

한국 사회 각 분야에선 이민자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단번에 풀어줄 ‘해결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상당하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면 저출산·고령화가 절체절명의 사회문제로 부상하지조차 않았을 것이다. 이민 친화적이라는 캐나다에서도 이민자 급증으로 집값이 뛰자 캐나다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서지 않았나.

이처럼 이민 정책을 우리보다 앞서 적극적으로 시행한 나라도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겪고 있다. 하물며 한국은 그동안 이민을 본격적으로 받아보지 않은 나라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섣부른 이민 확대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철저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특히 이민자의 삶을 열린 마음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 지금 국민 의식 수준이나 사회문화적 인프라로는 다소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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