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차기 DGB 회장, 원칙·순리에 맞게 뽑을 것"

입력 2024-01-11 18:33   수정 2024-01-12 00:49

“40년 넘게 금융권에 몸담으면서 자리에 연연하는 최고경영자(CEO)를 숱하게 봤습니다. 원칙과 순리에 맞게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훌륭한 후임자를 선정할 것입니다.”

임기가 오는 3월 주주총회까지인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69·사진)의 목소리는 홀가분했다. 2년 가까이 끌어온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영향 때문인 듯 보였다. 김 회장은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CEO가 임기 연장과 같은 사심에 얽매이면 회사가 망가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연임 여부는 회추위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CEO 육성·승계 공들여
김 회장은 ‘CEO 리스크’를 금융권의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CEO가 연임에 신경을 쓰는 순간 사내 정치와 파벌 간 알력 성격의 잡음이 발생하고,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한다”며 “은행이 고위험 투자 상품 판매를 늘리는 것도 수치적인 경영 성과에만 치중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무리한 외형 확장과 불완전 판매는 2~3년 뒤 부메랑이 돼 결국 회사에 손실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1978년 외환은행에 입행한 김 회장은 하나은행 부행장과 하나HSBC생명 대표를 지낸 뒤 2018년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 사건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DGB금융에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취임 이후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며 DGB금융을 은행·보험·증권 포트폴리오를 갖춘 종합금융그룹으로 키워냈다. 2021년엔 연임에 성공했다. 2017년 67조원이던 DGB금융 자산이 지난해 100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성과를 냈다.

금융당국의 ‘은행권 경쟁 촉진화 방안’에 발맞춰 대구은행이 올해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김 회장의 3연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김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능력 있는 후계자를 키워 경영권을 잘 넘겨주는 게 금융지주 회장의 의무”라며 “DGB금융 경영을 맡은 뒤 ‘CEO 육성·승계 프로그램’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했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2년 가까이 현장 직무교육(OJT), 전문가와 1 대 1 멘토링 등의 과정을 거쳐 지난해 1월 취임했다. 4대 시중은행도 아직 은행장 선임 때 도입하지 못한 방식이다.
“금감원도 함께 해외 진출해야”
김 회장은 은행권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18개 국내 은행 중 10곳의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어섰다. 그는 “자금중개가 핵심인 은행업은 혁신산업이 아닌데도 은행원 연봉은 매년 오르고 있다”며 “성과에 기반한 급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중은행 지점장을 거쳐 퇴직한 베테랑 은행원을 재고용하는 대구은행의 기업금융영업전문가(PRM) 제도를 대안으로 꼽았다. 그는 “성과급 임금 체계인 PRM을 2019년 도입한 이후 지난해까지 대구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율은 연평균 6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사의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 금융감독원의 동반 진출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했다. 김 회장은 대구은행 캄보디아법인의 상업은행 인가를 위해 현지 공무원에게 수십억원대 뇌물을 건네려 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지난 10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국내 금융사들이 주로 진출하는 동남아 지역은 금융 규제가 허술해 사업을 확장하기 쉽지 않다”며 “금감원이 현지 감독당국과 소통하면 금융권의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DGB금융은 다음주 차기 회장 롱리스트(1차 후보군)를 확정할 방침이다. 내부 출신인 황병우 대구은행장(56)과 임성훈 전 대구은행장(60)을 비롯해 이경섭 전 농협은행장(65),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64)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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