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이민 문제는 누구나 과장을 한다

입력 2024-01-12 18:15   수정 2024-01-13 00:45

“기후 위기로 수십 년 안에 국경을 넘는 ‘기후 난민’이 10억 명에 달하면 우리 문명은 생존의 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얼마 전 CNN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는 그는 기후 변화의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강조하면서, 이로 인해 수많은 이주민이 발생해 문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하인 드 하스 암스테르담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발표한 신간 <이주의 실체(How Migration Really Works)>에서 기후 변화가 대량 이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반박한다. 하스는 30년 동안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 빈곤국에서 부유한 서방 국가로 이주하는 이민자들을 연구해 왔다. 그는 일부 환경운동가와 정치인들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안을 강요하기 위해 이주에 대한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스 교수는 이민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이민의 단점을 과장하고, 다른 쪽은 이민의 장점만 과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책에서 가장 먼저 반박하는 주장은 요즘 이주하는 인구가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엔 등은 ‘세계적인 이주 위기’라는 표현을 쓰면서 우려하지만 실제로 세계 인구 중 이민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960년대 이후 약 3%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이주가 더 많았다는 지적이다.

오늘날과 다른 점은 과거에는 주로 서유럽 국가 사람들이 이민을 갔다면 지금은 제3세계 국가에서 서유럽으로 이민 가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는 점이다. 저자는 난민 관련 비정부기구(NGO)가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더 많이 끌어내기 위해 관련 통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저자에 따르면 정치적 좌우를 불문하고 이민에 대해선 모순적인 입장을 보인다. 좌파 정당은 외국인 노동자를 제한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노조와 국경을 개방해야 한다는 인권단체 간 상충하는 이해관계 사이에 서 있다. 우파 정당도 기존 사회의 전통을 흔들 수 있는 이민자를 경계하는 문화적 보수주의자와 값싼 노동력을 원하는 기업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정리=신연수 기자

이 글은 WSJ에 실린 툰쿠 바라다라잔의 서평(2024년 1월 6일) ‘How Migration Really Works Review: The Truth About Borders’를 번역·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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