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일론 머스크도 쫓아냈다…'막강 권력'의 정체 [박동휘의 재계 인사이드]

입력 2024-01-17 12:35   수정 2024-01-17 13:13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ESG부를 맡고 있는 박동휘 산업부 차장입니다. 이번 주 한경 ESG 기사는 ESG 투자에 대한 자본 시장의 상반된 동향을 다뤘습니다. 국내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선 벌써 ‘제 코가 석 자’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환경이니 사회적 가치 실현은 호시절에나 할 수 있는 얘기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디 세상일이 내 사정 봐주면서 진행되던가요? S&P에서 글로벌 서스테이너블 부서를 지휘하고 있는 리처드 매티슨 부회장은 “지난해 3분기 ESG펀드로 유입된 자금이 플러스를 기록했다”며 ESG를 도외시했다간 ‘큰코다칠 우려’가 있다고 일갈했습니다.

이와 함께 지난주 한경 ESG의 주목할 만한 이슈는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의 외유성 출장 의혹입니다. 거버넌스(G) 이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포스코그룹 뿐만 아니라 KT&G, 카카오, 한국앤컴퍼니 등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와 시민단체들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곳들이 상당합니다.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은 포스코홀딩스입니다. 얼마 전 경찰이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의 캐나다 출장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발표하면서 만만치 않은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언론에선 일제히 ‘초호화 해외 이사회’라는 다소 선정적인 제목으로 포스코에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습니다. 이번 수사는 지방의 일선 경찰서에서 시작됐는데 15일엔 서울경찰청 금융수사대가 직접 수사 지휘봉을 잡겠다고 나섰습니다.
환골탈태 포스코 이사회에 대한 경찰 수사
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경찰 수사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포스코 측은 이례적으로 반박 자료를 냈습니다. ‘사외이사의 도덕성을 문제 삼아 기존 후보추천위원회를 흔들려는 속셈’이라는 것이 반박의 요지입니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의 3연임을 저지하고, 최 회장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포스코 내부 출신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전략 아니냐는 추정입니다. 직접 언급은 피했지만, 이 같은 ‘음모’를 기획한 배후가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습니다.

포스코로선 억울할 법합니다. 최정우 회장 재임 시절에 포스코그룹은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통적인 철강 기업에서 2차전지 소재 전문 기업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포스코홀딩스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도 상당히 많이 올랐습니다. CEO의 성적표는 실적과 주가로 갈립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최 회장과 현 경영진은 할 말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서슬 퍼런 압박을 감안하면 유구무언이겠지만요.
기업 지속가능성을 위한 이사회의 중요성
이쯤에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과가 좋으면 모든 과정이 용서되는 것일까요? 좋은 결과란 무엇일까요? 지속가능한 경영을 가능케 하는 ESG에서 왜 굳이 ‘G’를 넣은 것일까요? 여기에서 말하는 좋은 지배구조란 경영진과 이사회 간의 견제와 균형입니다.

기업의 성공은 대개 창업자 혹은 경영진의 ‘고독한 결단’에서 비롯됩니다.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 같은 불세출의 창업가가 있었기에 애플과 테슬라라는 엄청난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잡스는 한때 자기가 만든 애플에서 쫓겨났습니다. 머스크 역시 초기 창업 회사인 페이팔에서 쫓겨났고, 테슬라 자금을 솔라시티에 쏟아부으면서 테슬라에서도 쫓겨날 뻔했습니다. 천재적인 기업가도 자칫 한 번의 실수로 기업을 망하게 할 수 있는 법입니다.

이런 위험을 견제하는 곳이 이사회입니다. 특히 독립이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한국에선 일본식 표현을 그대로 가져다 사외이사라는 표현을 씁니다만, 주어진 역할에 비춰본다면 독립이사라는 표현이 훨씬 적절합니다. 문제는 한국의 사외이사가 그 명칭처럼 마치 ‘회사 밖의 방관자’로 전락했다는 점입니다.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 논란에 대한 시시비비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겁니다. 실적과 주가 모두에서 최고의 성적을 받은 경영진을 향해 누군가 의도적인 화살을 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모든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간 한국 상장사에 고질적인 관행이었던 ‘거수기 사외이사’는 반드시 타파해야 할 잘못된 관행입니다. 사외이사는 ‘경영 자문 클럽’입니다. 교수와 검찰 출신들로 도배된 사외이사진으로는 견제는커녕 경영진에 자문조차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거버넌스를 중시하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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