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39조' 전세계 미술시장 뒤흔든 갑부, 한국에 깃발 꽂았다

입력 2024-01-18 13:51   수정 2024-01-23 17:58



‘Crazy Rich Asian(슈퍼리치를 넘어선 아시아의 부자)’, ‘아트 컬렉팅계의 큰 손’.

에이드리언 청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말 그대로다. 그는 보유한 재산만 39조원이 넘는 ‘홍콩 3대 재벌’ 청 가문의 3대 후계자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청은 2006년부터 가문의 주력 사업이자, 홍콩 최대 부동산기업인 뉴월드개발의 CEO 자리에 앉았다.

에이드리언 청은 지난 약 20년간 전 세계 문화예술계를 뒤흔들었다. 우선 2008년 홍콩에 예술과 리테일을 결합한 ‘K11뮤제아’를 세워 이 지역을 단숨에 ‘아트의 실리콘밸리’로 만들었다. 비영리 재단 K11을 통해 1000명이 넘는 신진·중견 작가를 후원하고, 대규모 전시회만 2000회 넘게 열었다. 세계 미술 시장의 파워 컬렉터로도 이름을 알리며 ‘세계 미술계 영향력 있는 인물’ 명단에서 매년 10위 안팎을 차지한다.



그런 그가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K11재단 서울 법인’을 공식 출범했다. 이날 행사에만 300여 명이 넘는 기업인과 예술계 인사들이 모였다. 행사에 앞서 에이드리언 청을 단독 인터뷰했다. 인터뷰 영상은 한경아르떼TV 아트룸에서도 22일 방영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K11 재단이 한국에 본격 진출했다. 아시아의 많은 나라 중 왜 서울을 행선지로 택했나.
“15년 전 처음 한국에 온 뒤부터 사랑에 빠졌습니다. 창의성이 넘치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패션, 미술, 건축 디자인, 공예, 심지어 커피와 음식 등 식문화까지 모든 면에서 창의적인 나라이죠.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은 더욱 창의적이고 열정적입니다. K11이 한국에 온 이유는 창의성으로 흘러넘치는 이 땅에 나의 뿌리를 심고 세상과 대화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로컬 아티스트들과의 컬래버를 통해 문화적인 인프라를 키우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제 꿈을 펼치기에 한국이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해요.”

▷서울 거점을 통해 세계 예술계에서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저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장벽 없이 예술이라는 영역에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인생의 목표입니다. 옛날엔 예술이 ‘고급’이며 여유가 있는 사람만 접근할 수 있었죠. 하지만 저는 이제 예술이 일상 안으로 녹아들어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게 되길 원합니다. K11이 세상에 원하는 것도 그것입니다. 10년, 또 20년 후엔 저는 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어요.”

▷세계 각국에 세워진 K11, 그리고 같은 이름을 가진 재단이 하는 일과 그 의미는 무엇인가.
“좁은 의미는 전문 아티스트, 큐레이터를 키우는 것입니다. 넓고 장기적인 의미는 관객들과 함께 ‘예술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입니다.”



▷왜, 어떻게 예술에 심취하게 됐나.
“예술은 어려운 게 아닙니다. 본능과 같은 것이죠. 사람들은 그 본능을 잊고 삽니다. 학생이 되고, 직업을 갖고, 엄마나 아빠가 되고, 어른으로 성장하고 도시에 살면서 점차 아름다운 것에 대한 추구와 창의적인 열정을 잊고 삽니다. 패션을 포함해 넓은 의미의 ‘아트’는 그런 숨어있던 예술의 본능, 즉 나의 본연의 모습을 일깨워주는 하나의 도구와 같습니다. 길거리에서, 자주 가는 쇼핑몰에서, 매일 출퇴근하는 사무실에서 예술을 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K11의 설립 이전과 이후, 예술계와 홍콩 내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예술에 대한 장벽이 낮아졌어요. 이전과 달리 사람들은 K11이라는 복합 문화쇼핑몰을 통해 아주 쉽게 예술품을 감상하고 즐기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더이상 예술이 ‘특권층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지요.”

▷예술을 통한 사회공헌에 힘 쏟고 있다. 그 활동을 지속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예술 장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주기 위해서입니다. 관객에게도, 신진 작가에게도요. 하지만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들려면 비즈니스 모델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지요.“

▷예술과 패션은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예술과 패션의 교집합에 주목하는 이유는 뭔가.
“미술과 패션 모두 ‘인간의 창의력이 만든 산물’이라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사람들의 일상 가운데 녹아있다는 점도 닮았죠. 저는 그 두 영역이 만났을 때, 단순히 두 개가 섞이는 물리적인 결과가 아니라 흥미롭고 독창적인 화합물이 탄생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글로벌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도 예술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아이처럼 생각하고 상상하며 살아야 해요. 현실이 비록 그렇지 않더라도요. 디자인과 패션처럼 사람들에게 가까이 있는 존재들이 예술과 함께 ‘꿈꾸고 상상하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건 중요하죠. 자신의 테두리를 깨고 그저 두려움 없이 망상하고 즐기는 방법을 전하는 것이죠.”

▷한국의 예술과 패션의 특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한국의 문화는 의심의 여지 없이 독특합니다. 한국만이 가진 고유의 전통과 역사가 패션, 예술, 음식에서부터 건축까지 모든 곳에 녹아 있어요. 그 매력을 잘 살릴 줄 아는 것이 한국이 가진 가장 큰 장점입니다”



▷창의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이지만 아직 예술적 인프라는 선진국 수준이 아니다.
“15년 전부터 한국을 찾았는데, 해마다 문화 인프라의 성장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릅니다. 문화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 민간과 정부의 공통된 노력이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K팝, 영화, K드라마뿐만 아니라 다른 서브컬처들도 매우 뛰어나게 성장했어요. 숨은 고수들이 한국엔 너무 많습니다. 재능있는 사람들이 많고, 그들이 내놓는 결과물들이 세계 시장에서 ‘먹힌다’는 건 이미 증명된 사실이죠.”

▷주목하는 한국 아티스트나 디자이너가 있다면?
“백남준이 개척한 비디오 예술의 세계를 사랑합니다. 이불의 작품들도 좋아해요. 특히 건축을 한국 전통 패브릭과 결합한 작업방식을 고수해온 서도호의 예술 세계는 정말 인상 깊습니다.“

▷지난해 11월, 홍콩 K11에서 퍼렐 윌리엄스와의 루이비통 패션쇼가 화제였다.
“퍼렐 윌리엄스와 쇼를 위해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의 루이비통 런웨이는 성공할 것이라는 직감이 왔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죠. 퍼렐과 루이비통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의 창의성이 한 자리에서 만났을 때 결국 세계가 주목하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체험했습니다.”

▷한국인, 특히 20~30대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왜 안돼? 라는 생각을 항상 갖고 살아갔으면 합니다. 정해진 답은 없으니까요. 모든 개인은 각자의 창의성이 있고 꿈꿀 권리가 있으며, 그걸 현실로 만들 힘이 있습니다. 언제나 상상하고 꿈꾸며 그 세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세요. 우리 모두가 예술가니까요. 그런 사고방식은 결국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김보라 기자 /최지희 기자

▶에이드리언 청, 연재하는 칼럼
에이드리언 청, 연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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