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청 내세워 태클 거는 野…중대재해법 적용 초읽기

입력 2024-01-18 18:40   수정 2024-01-19 02:17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무리한 조건을 내걸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도 하지 못했던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등을 정부·여당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막혀 관련 여야 협상에 제동이 걸리면서 영세사업자와 자영업자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은 오는 27일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총선에서 노동계의 지지가 필요한 민주당에서 여당이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일부러 제시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예 무산’ 책임 미루는 여야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유예하려는 정부의 진지한 준비도, 야당과의 성의 있는 협상 노력도 없었다”며 “현장의 혼란과 이후 모든 문제는 정부·여당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말 조건을 제시했는데도 이에 대한 고민과 검토도 없이 ‘그냥 법을 유예해달라’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다”며 “이제 시간이 없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2021년 1월 국회 본회의 통과 당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2년 유예기간을 둬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영세·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준비 미흡 등을 호소하며 추가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내놓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인 미만인 1053개 기업 중 94%가 ‘준비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지난해 9월 유예 기간을 2026년 1월까지 연장하는 법 개정안을 내놨다. 민주당은 △준비 미흡에 대한 정부 사과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계획 및 예산 지원 방안 제시 △2년 유예 후 시행한다는 경제단체 약속 등 세 가지를 유예 연장 논의 조건으로 제시해 왔다.

국민의힘은 “전형적인 발목 잡기”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유감 표명을 했고, 경제단체도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공개 입장문을 냈는데 무리한 추가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법 시행이 10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외청(外廳) 조직 설립 계획을 마련해 제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野, 집권 때도 못 해놓고”
민주당이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조건으로 내민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도 “애초 법 개정 의지가 없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를 의식해 유예 연장에 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법 개정 무산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정치적 카드’였다는 해석이다.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실현 가능성도 문제다. 이미 민주당이 집권당이었던 문재인 정부도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추진했지만 부처 간 이견 조율 실패로 최종 무산됐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민주당 소속 김영주 의원이 해당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4년 가까이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다. 야권 관계자는 “당초 당내에서조차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한재영/배성수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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